[뉴스핌=박지원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뽀글머리 꽃미남 셰프 이지훈(MBC ‘파스타’), 집현전 천재학자 성삼문(KBS2 ‘뿌리 깊은 나무’), 푸르미 마트 야채청과 주임 주강민(JTBC ‘송곳’), 비운의 세자 이윤(SBS ‘대박’)…. 이름보다 얼굴이 친숙한 배우(32)가 데뷔 10년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았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취업준비생 ‘강태양’을 연기한 그는 이세영(민효원 역)과 달달한 로맨스를 그리며 ‘아츄커플’로 대중의 사랑을 흠뻑 받았다. 현우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비운의 ‘7포 세대’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 동시에 ‘직진녀’ 민효원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지난 9개월 동안 작품에 매달렸어요. 드라마 속 커플들이 워낙에 많아서 준비한 것을 다 못 보여 드린 것 같아 아쉬워요. 그래도 큰 사랑을 받아서 행복해요. (아츄커플이)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초반에는 촬영장에만 있느라 주변 반응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다 나중에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당황했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세영과는 호흡이 좋았다. 일단 대본을 받으면 각자 아이디어를 내서 좋은 방향으로 찍으려 노력했다. 효원이에게 귤을 까주는 태양이의 모습 등 소소한 사랑신이 모두 두 사람의 ‘깨알 애드리브’ 였다.
“이세영 씨는 톡톡 튀는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똑똑해요. 함께 연기하다보니 더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또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서 더 예쁘게 연출된 것도 있고요. 주변에서 ‘둘이 잘 어울린다’고 하시는데 저희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커플’입니다. 하하.”
극 중 강태양은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중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청년. 진중하면서도 서글서글한 눈웃음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현우와 강태양은 싱크로율이 꽤 높다.
“강태양과 비슷한 점은 많아요. 잘 웃는다거나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 같은 거요. 태양이를 연기하면서 ‘현실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드라마틱한 요소보다는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로 그리려고요. 초반 민혜원과의 로맨스에서 답답한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 가는 캐릭터라서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현우는 실제로도 싹싹한 성격과 늘 웃은 얼굴로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는다. 이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내 아닌 막내로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차인표 선배님을 선두로 해서 최원영 선배님, (이)동건이 형 등 남자들끼리 잘 뭉쳤어요. 밤샘 촬영에 지칠 법도 한데 현장에선 힘이 났어요. 즐겁고 재밌으니까요. 제가 유독 선배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신구 선생님은 후배들이 찍을 때까지 다 기다려주시고, 대기실에서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말씀도 많이 해주셨어요. 박준금 선배님 역시 같이 장난도 치고 대본 얘기도 해주시고요. 저 사실은 중간 중간 시간만 나면 쪽잠을 자는 스타일인데, 이번 드라마 촬영 중에는 단 한 번도 안 잤어요. 선배님들 옆에 꼭 붙어 있느라고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 10년 동안 딱 2개월을 쉬었다. 그가 그렇게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전 가족들이 행복한 게 좋아요. 제가 TV에 나오는 걸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매일 매일 TV에서 절 보실 수 있게 열심히 드라마를 찍었죠. 또 사람이 눈에 잘 안 보이면 금세 잊혀 지거든요. 그리고 그걸 다시 되돌리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요. 그래서 쉬면 안 돼요. 쉬는 건 딱 일주일 정도면 충분해요. 솔직히 훌쩍 여행을 가고 싶어도 다음 주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쉽게 못 떠나겠어요.”
인터뷰 중간 가족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 현우. 그의 아버지는 영화 ‘산딸기’ ‘맨발의 청춘’ 등을 연출했던 김수형 감독이다. 대선배이자 아버지인 김 감독은 아들 현우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나쁜 소리는 잘 안하세요. 저 상처 받을까봐 응원만 해주세요. 잘하는 부분은 많이, 아쉬운 점은 조금만 얘기하세요. 사실 아쉬운 부분은 본인이 더 잘 아는 거잖아요.”
매력적인 눈웃음과 훤칠한 외모, 아직도 교복이 잘 어울리는 ‘동안’. 과거 현우는 어려보이고, 착해 보이는 게 싫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맡은 배역에 따라 자신의 분위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장점은 바로 적응력이에요. tvN ‘갑동이’에서 정인기 선배님 젊은 시절을 연기했는데, 희대의 연쇄 살인마였어요. 그 당시 잘했다고 칭찬도 받은 걸요. 어떤 캐릭터든 맡으면 잘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만 발랄하고 싶고, 제대로 된 악역을 해보고 싶네요. 제가 안 웃으면 또 다른 느낌이 나오거든요.”
현우는 같은 소속사 배우 지창욱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둘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제 지인들과 지창욱 씨랑 연결고리가 있어서 친해요. 하지만 각자 일이 바빠서 잘 보지는 못해요. 아주 가끔 만나서 차를 마시죠. 기회가 닿으면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함께 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현우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해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인생작으로 꼽을 만도 한데 그는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작품이 나의 인생작”이라며 웃었다.
“배우로서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지금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배워나갈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에 출연할 거고요.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작품 속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한편, 현우는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종영 후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글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