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일 했는데 왜 죄가 돼? 항변
특검, 우 전 수석 내주 기소 방침
[뉴스핌=김기락 기자]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영장을 기각했다.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월권 여부 및 다툼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우 전 수석도 영장실질심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키는 일을 했는데 왜 죄가 되냐는 항변으로 읽힌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22일 새벽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판사는 기각 사유를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질문하는 취재진을 노려보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지난해 11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던 우 전 수석. |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이 월권 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소환 조사했다. 지난 18일 조사 후,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과 관련, ‘블랙리스트’ 운용 등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간부 5명 좌천 압력 의혹, CJ E&M에 대한 조사 지시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를 반강제로 퇴직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 때 해양경찰이 구조 책임을 다했는지에 관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은 민정수석실이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박정욱 대표를 비롯해 20대의 민간인 헬스 트레이너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민간인 사찰’을 벌인 정황도 포착했다.
하지만, 특검의 우 전 수석 ‘구속 의지’는 실패하게 됐다.
법원은 민정수석실이 사정이나 인사 검증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그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한 한계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다툼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이다.
직무유기 또한 혐의 입증이 어려워 구속영장 기각 주요 이유가 됐다. 직무유기는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는 처벌하기 쉽지 않은 대표적인 범죄다.
특검은 남은 수사기간 동안 월권행위 등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 추가로 조사하고, 내주 초 우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남은 수사를 검찰에 넘기면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인계받아 수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