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지연으로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경쟁력 위협
[편집자] 삼성이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맞아 비상사태다. 글로벌 경영을 주도해 온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으로 삼성은 일상적인 경영은 물론 인사 투자 M&A 등 중장기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뉴스핌은 3차례에 걸쳐 삼성이 직면한 위기를 조명한다.
[뉴스핌=황세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위협받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들 3개 품목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고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는 중국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집계결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9.4%의 점유율로 5위에 머물렀다. 1~3분기 1위를 지켰지만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잠시 주춤한 사이 중국업체들이 추월했다.
오포가 시장 점유율 12.3%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6.7%였던 점유율을 2배 가까이 높였다. 이 회사는 가트너가 집계한 지난해 연간 글로벌 스마트폰 순위에서도 5.7%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올스톱된 삼성그룹. <사진 =김학선 기자 > |
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중국이 액정디스플레이(LCD)생산량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지난해 33.1%였던 한국 점유율이 올해 27.3%로 하락하는 반면 중국은 29.5%에서 35%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LCD 생산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BOE가 10.5세대 LCD, CSOT가 11세대 LCD 생산라인을 각각 2018년 1분기, 2019년 1분기부터 양산 시작한다.
삼성은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는 초격차 품목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도 경쟁사들이 추격을 이미 시작했다.
중국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 하에 BOE, CSOT, CPT, EDO, Rotole, Tianma, Truly, Visionox 등 8개사가 OLED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18년 3분기 BOE를 시작으로 양산 계획이다.
일본은 재팬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내년 3분기부터 양산할 예정이EK. 대만 홍하이그룹은 작년 인수한 샤프를 통해 중국에 10조2000억원 규모의 OLED 공장을 짓겠다고 올해 1월 발표했다. 샤프는 홍하이 소속으로 바뀌고 나서 삼성전자에 LCD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며 견제도 시작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700억달러(약 82조원)를 투자해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허베이성 우한에 240억달러 규모의 3D 낸드플래시 설비를 투자하고 460억달러는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한다.
또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는 지난해 이탈리아 L파운드리 지분 70%를 4900만유로(638억3000만원)에 인수했다. 아울러 장강메모리는 2018년까지 12인치 웨이퍼 월 10만장 규모의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2020년까지 월 30만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도 지원사격 중이다. 2025년까지 총 1조위안(약 171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 방향을 지난 2014년 발표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 및 D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데다 중국 업체들과 기술력에서도 5~8년 앞서 있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추격은 점점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아직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로 사장단 및 임원인사가 미뤄지면서 후속 작업들이 모조리 멈췄고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중요 의사결정은 당분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그룹 안팎으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미래전략실을 주축으로 각 계열사 사장들이 중요 의사결정에 나서는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현상유지를 위한 임시방편이다.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은 그룹 전반의 미래 먹거리를 고려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더욱이 인사가 언제 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벌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비상경영은 일상적인 업무를 돌아가게끔 하는 현상유지 차원"이라며 "글로벌 공격경영 경쟁 흐름에서 뒤쳐지면 회복하기가 어려운데 주요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해 걱정"이라고 전했다.
경총은 "삼성이 사업계획 차질뿐만 아니라 25만 임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등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