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은 이다인(26)에게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찾아준 작품이다. 그동안 그를 따라 다녔던 ‘견미리의 딸’ ‘이유비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내고, ‘배우 이다인’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리게 된 계기가 됐으니까.
이다인은 ‘화랑’에서 꽃 미모에 ‘내숭 제로’인 귀족 ‘수연’을 맡았다. 화랑 수호(최민호 분)의 여동생이자 아로(고아라 분)와 둘도 없는 친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반류(도지한 분)와 로맨스까지 펼치며 ‘반연(반류+수연) 커플’로 주목을 받았다.
“얼떨떨하고, 행복해요. 요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관심을 받을 줄 몰랐는데, 기대 이상으로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드라마 ‘화랑’. 한 여름 더위와 싸우며 찍느라 고생했지만, 돌아보니 모두 소중한 추억들이다. TV로 ‘본방사수’를 하는 요즘은 함께 촬영했던 선배·동료·스태프들이 그립기도 하다.
“줄줄 흐르는 땀 닦느라 2~3분마다 촬영을 끊어갔던 것 같아요. 정말 더웠던 것 말고는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또래 배우들이 많이 나온 데다 성격들도 다 좋아서 ‘으쌰으쌰 하자’는 분위기였어요. 여자는 저랑 (고)아라 언니뿐이어서 둘이 급속도로 더 친해졌고요.”
이다인이 연기한 수연은 내숭 없고 가식 없고 편견 없는 캐릭터.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고백을 할 정도의 대찬 성격으로 ‘걸크러쉬’를 유발했다. 그는 극중 수연과 자신의 실제 성격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털털한 편이에요. 평소 남의 얘기 듣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 상담도 많이 해줘요. 대신 돌려서 말하는 건 잘 못해서 ‘돌직구’ 조언을 날리죠.”
이다인은 적대관계 집안의 아들 반류(도지한)와 사랑에 빠지면서 신라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다. 특히 두 사람의 키스신은 박서준·박형식·고아라 등 ‘메인 커플’ 못지않은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반류와 수연의 러브라인은 드라마 속 ‘깨알 재미’ 요소였어요. 이렇게 크게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죠. 다만 반류랑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케미 살려보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동선도 짜보고요. 그래서 NG를 많이 낸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다인은 알려진 바와 같이 중견 탤런드 견미리의 딸이자 신예 배우 이유비의 동생이다. ‘연기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인지 tvN 4부작 드라마 ‘스무살’(2014년)로 데뷔한 이다인은 ‘화랑’을 찍기 전까지 영화 ‘역린’,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 영화 ‘목숨 건 연애’ 등에 출연했다.
“어려서는 한 번도 제가 연예인이 될 거라는 생각은 안했어요. 하지만 돌아보면 연기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대본 봐달라고 부탁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때부터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이후 대학교를 연극영화학과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됐네요. 지금은 연기가 제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거든요.”
선배이자 엄마인 견미리와 언니 이유비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신인인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 이다인은 엄마랑 언니가 배우다보니 자신이 몇 배 더 잘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다행인 건 이번 드라마를 보고 엄마가 ‘드디어’ 칭찬을 해줬다며 활짝 웃었다.
“예전보다 연기가 늘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엄마도 제가 대중의 관심을 받으니까 좋으신가 봐요. 주변에 자랑도 하시고, 차기작도 계속 물어보세요. 이럴 때 빨리 이어서 뭔가를 하는 게 좋다고요.”
차기작을 물색 중인 이다인은 꼭 해보고 싶은 역할로 ‘악녀’ ‘사이코패스’ 같이 센 캐릭터를 꼽았다. 아니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이 연기한 ‘여일’도 도전해보고 싶단다.
“일상 생활 중에는 나쁘게 살 수 없잖아요. 평소와 정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뭔가 쾌감이 있을 것 같아요. 전 사람들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악한 본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연기로 분출하면 어떨까 궁금해요.”
연기를 향한 열정만큼이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예능은 물론 음악프로그램까지 장르 불문, 기회가 닿으면 꼭 해보고 싶다. 그중 음악프로그램 MC는 0순위다.
“음악을 좋아해요. 샤워할 때도, 혼자 있을 때도, 이동 중에도 항상 음악을 들어요. 방송도 꼭 챙겨보고요. 그래서 음악 방송 진행을 맡아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능도 마찬가지고요. 전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은데, 예능을 하면 작품에서 보여 지는 것과 다른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이제 데뷔 4년차인 이다인은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묵묵히 내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대중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어 있을 거란 믿음에서다.
“제 목표는 차근차근, 꾸준히, 길게 연기하는 거예요. 엄청난 톱스타가 돼서 큰 인기를 얻으면 물론 좋겠지만, 전 지금처럼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너무 큰 사랑을 받고 높이 올라가면 그만큼 잃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항상 겸손한 모습으로 연기할게요. 대중이 기대하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게요.”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김학선 사진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