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자이언티가 YG행을 선택한 후 첫 앨범을 냈다. 대중이 사랑했던 특유의 소박함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고 심플해졌다. YG 색깔과는 다른 소신을 지킨 앨범이었다.
신곡을 발표한 자이언티와만나 새 앨범 'OO'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무한도전' 출연 떼 급격한 인지도 상승을 경험한 그의 트레이드 마크 선글래스를 벗은 모습이 생소했다. 관련된 질문에 자이언티는 "벗은 의미는 딱히 없고 편한 자리였으면 하는 생각에 벗었다"고 답했다. 짧은 반응이나 얼굴 표정에서도 그의 담백하고 꾸밈없는 성격이 묻어났다.
YG로 옮기고 나서 나온 첫 작업물. 노래의 차이를 묻기 전 환경과 마음의 차이를 물었다. 자이언티는 "보통 사람들은 환경이 바뀌고 타이틀이 바뀌어서 큰 변화가 있다고 여기실 거 같다"먼서 말을 꺼냈다. 하지만 조금은 예상했듯 그의 대답은 담담했다. YG 블랙레이블 소속인 그는 이적을 결정한 이유도 세간의 사람들이 예측하기 힘든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양화대교' 이전부터 같이 작업해오던 스태프들은 변함이 없어요. 사실상 이름만 바뀌었지 환경이 바뀌지 않았어요. 바뀐 건 사무실 주소 뿐이랄까요. 음악적인 방향이 바뀔까봐 걱정하셨던 분들 안그러셔도 돼요. 여전히 저의 음악을 하고 있고 그런 결과를 들려드렸다고 생각해요. YG로 온 가장 큰 이유는 동료들 때문이었어요. 같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다 이 곳에 있었죠. 피제이, 쿠시, 서원진이 다 블랙 레이블 소속이라 그게 너무 좋은 조건이었어요. 어쩌면 YG행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그래서인지 자이언티의 음악에선 눈에 띄게 바뀌거나 YG 스타일의 화려함을 입히려는 시도가 읽히지 않았다. 자이언티의 앞선 대답처럼 그가 YG를 선택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따라오게 될 변화를 걱정한 이들이 있었다. 어쨌든 자이언티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심플한 답을 또 한번 내놨다.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걱정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생각이 안들 수 없죠. 음악 작업을 하는 동안, 앨범 발매 직전까지도 감동한 부분이 있다면 아티스트의 표현을 자유롭게끔 인정해주신다는 거였어요. 또 YG 안에 제 소속은 블랙레이블인데 대표님이 테디 프로듀서예요. 그냥 다 지지해주셨어요. 트랙리스트, 커버,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다 네 앨범이니 네가 만드는 것이 좋다'고 응원만 들었어요.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해요.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했거든요."
그렇게 자이언티가 들고 나온 앨범은 'OO'다. 이 단어는 자이언티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을 형상화한 것으로, 그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고 했다. 자이언티는 "지금의 저와 제 생각을 담은 노래"라고 이번 앨범을 설명했다. 더 다이나믹하고 세지기보다 오히려 말랑말랑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앨범이 좀 그래요. 자극적인 요소가 많이 없죠. 첫 앨범은 굉장히 패기 넘치긴 했죠. 지금이랑 비교해봤을 때 전작이 더 강렬한 색채를 띄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와 지금은 파급력에 차이가 있고, 좀 눈에 띄고 싶었죠. 조금은 변하긴 변했어요.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시든 저는 좋아요. 말랑말랑해진 분위기가 지금의 저인가봐요. 애플도 아이팟 초기 모델을 지금 팔지는 않잖아요. 뮤지션도 어쨌든 조금씩 바뀌는 사람이고 그걸 잘 담아내는 게 더 솔직한 얘기겠죠."
자이언티는 이번 앨범 수록곡인 'COMPLEX(컴플렉스)'라는 말을 빌려 그의 컴플렉스는 바로 '양화대료'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고개를 갸웃할 법 하다. 지금의 자이언티를 있게 한, 그에겐 최고의 히트곡이기 때문. 이유를 묻자 자이언티는 "양화대교 지나갈 때마다 전화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와요. 양화대교 지나가면서, 양화대교 틀어놓고요.(웃음) 제게 정말 소중한 곡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기사 한 줄, 대표곡 하나로 전체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낸 곡들이 여러 곡 있고, 앞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많아요. 정말 소중한 곡이지만 어떻게 보면 컴플렉스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죠."
흔히 말하는 전작에 대한 부담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자이언티는 양화대교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딱히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이번 타이틀곡 '노래'도 유명해졌으면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특히 자전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스타일. 약간은 개인적인 얘기들이 모두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기도 했다.
"제가 '양화대교'를 넘을 수 있을까요? 마치 이런 것 같아요. '어릴 때 찍은 졸업사진을 넘어서는 사진을 찍자' 같은 느낌. 그때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죠. 또 다른 노래를 사랑해주시면 감사한 거고요. 신곡 '노래'에 '이 노랜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라고 하는데 이건 단순히 조크예요. 부담감이 아니라, 나 혼자 어딘가 적어둔 메모가 갑자기 유명해진 거죠. 그런 경험을 하고 있어요. 저만 알고 있던 아버지의 직업, 제 환경이 소재가 되고 노래가 돼 사람들이 따라 부르게 됐어요. 나만 알아야 할 것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알게 되니까 그런 생각을 했고, 문장을 적었죠. 물론 저는 '노래'도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하하."
그런 자전적인 얘기, 사소한 개인적인 작은 사연들은 어쩌면 자이언티의 음악의 색을 가장 잘 드러낸다. 자이언티 말처럼 '나만 알아야 될 것 같은 이야기'가 유명해지는 것이 조금은 싫거나, 부끄럽지는 않을까.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은 얘기라 때로는 치부를 들킨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게 부끄럽다면 예전에도 부끄러웠을 거예요. 오히려 지나치게 솔직한 얘기들을 배제하려 해요. 대중음악을 하니까요. 공포 영화에서나 볼 법한, 느와르에서나 볼 법한 불편한 소재의 얘기는 안하려고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협업을 하든 해서 영화에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티스트로서 표현의 창구가 많아졌으면 해요."
자연스레 '영화가 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낸 자이언티는 출연만은 극구 사양했다. 다만 영화 음악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작업물을 쌓아둘 예정이다. 그동안 '자이언티의 얘기'를 써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는 어떤 다른 세계관을 음악으로, 스토리텔링을 담는 작업에 도전할 의향을 내비쳤다.
"제 꿈은 계속 바뀌었는데, 가수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만화가, 페인터, 아주 예전에는 성직자나 고고학자도 되고 싶었죠. 그동안은 제 얘기를 들려드렸다면,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평소에 영화 음악을 하고 싶어서 만들어놓은 곡들도 있어요.. 제 생각에는 좋은 거 같아요.(웃음) 제목도 있고, 혼자서 자주 연주하는 곡들도 있고. 그게 영화에 들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까지는 그런 곡을 제 앨범에 담지는 않았어요. 물론 아직 러브콜도 없어요. 하하."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사진=더블랙레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