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싸게 내놔도 매수자 찾기 어려워..관망세 뚜렷
대출금리 인상,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 악재 많아
[뉴스핌=이동훈 기자] “시세보다 5000만~1억원 낮춰 매물을 내놔도 계약하겠다는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3500가구 넘는 대단지를 주로 거래하고 있는데 작년 12월 한 달간 거래건수가 제로(0)다. 작년 상승분이 모두 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신반포역 근처 J공인 대표)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강력한 한파에 출렁이고 있다. 재건축 행정절차가 절반 정도 지난 단지들도 거래량이 급감했다. 대출금리 인상과 투자수요 관망세로 최근 1~2년간 급등했던 상승분이 상당 부분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매맷값을 최고 1억원 낮춰 시장에 나왔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달간 거래가 한 건이 없는 ‘거래 단절’ 단지도 속출했다.
반포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는 작년 12월 신고된 거래가 없었다. 몸값이 20억원 넘지만 재건축에 속도가 붙자 10월 3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11.3 주택 안정화 대책’ 이후 1건이 거래되더니 12월에는 거래가 제로다.
매맷값을 크게 낮췄지만 물량만 쌓이는 상황. 전용 108.3㎡는 작년 10월 26억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11월에는 24억원에 거래됐고 다음 달에는 이보다 1억원을 낮춘 매물이 시장에 풀렸지만, 매수세가 끊겼다.
송파구 최대어인 ‘잠실주공5단지’는 작년 10월 9건이 거래됐으나 11월과 12월에는 각각 2건 거래에 그쳤다. 그 사이 매맷값은 최대 2억원 하락했다. 전용 106.2㎡는 15억원에서 13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현재 급매물 매도호가는 12억5000만~12억8000만원 정도다.
재건축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강남구 개포동도 상황이 비슷하다. 거래량은 작년 10월 8건에서 11월 3건으로 줄더니 12월에는 1건에 머물렀다. 전용 35.6㎡의 매맷값은 3개월새 최고 7000만원 하락했다. 매수자 찾기가 어려워 실제 매도호가는 1억원이 넘게 빠졌다.
개포동 진주공인 박영주 실장은 “11.3 대책은 실질적으로 과열된 청약시장을 규제하겠다는 대책이지만 전반적으로 투자수요가 줄어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작년 한 해 동안 2억~3억원 올랐다는 점에서 앞으로 1억원 안팎으로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출금리가 점차 상승해 고가 주택의 매입에 부담이 커졌다. 게다가 올해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종료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 제도는 조합 1인당 개발이익이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지난 2006년 도입했다가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2009년부터 유예했다.
작년 12월 분양권 거래도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의 분양권·입주권은 총 603건 거래됐다. 이는 연초(2월, 567건) 이후 가장 작은 거래량이다. 5~7월 1000건 넘게 거래된 것과 온도차 뚜렷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1.3 대책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강남 재건축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데다 연말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할 예정이어서 재건축 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