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원네트워크 진회장(이병헌)은 화려한 언변,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으로 수만 명 회원에게 사기를 치며 엄청난 돈을 끌어모은다. 그를 반 년간 추적해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은 진회장은 물론, 그의 뒤에 숨은 권력까지 모조리 잡기 위해 진회장의 최측근 박장군(김우빈)을 압박한다. 박장군은 진회장과 김재명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 미끼가 된다.
영화 ‘마스터’는 실존 인물 조희팔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사회지도층의 은밀한 거래와 보이지 않는 폭력, 그리고 이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소재로 삼았다. 스토리 역시 정의로운 인물이 부정부패를 일삼는 권력자를 심판대에 세움으로써 사회를 바로잡는 과정을 그린다. 어찌 보면 범죄오락액션 영화로서 빤하고 단조로운 길. 하지만 그래서 안전하다. 즉, 이 영화는 일정량의 재미를 보장하고 출발한다.
물론 차별화된 재미도 챙겼다.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수십번 무너지고 또 쌓이면서 관객이 계속해서 이들의 관계를 재설계해야 하는 것. 메가폰을 잡은 조의석 감독은 박장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비틀며 관객과 두뇌 싸움을 벌인다. 액션 신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지만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서 펼쳐지는 카체이싱이 주는 쾌감 등 ‘한 방’이 있다.
희망을 말하는 엔딩은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마스터’는 현실에서도 앞으로도 있을 수 없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만일 이것이 불호보다 호에 가깝다면 답답한 현 시국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헌의 연기는 역시나 훌륭하다. 사실 ‘마스터’는 러닝타임이 143분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다. 단연 이병헌의 공이 가장 크다. 굳이 ‘내부자들’(2015)과 비교하자면 아쉬운 부분도 있으나 이병헌은 이병헌이다. 자유자재로 전환되는 이병헌의 변화무쌍한 연기는 캐릭터는 물론, 영화 자체에 깊이를 더했다. 그 어떤 구설에 올라도 충무로에서 절대 버릴 수 없는 카드란 걸 또 입증한 셈이다.
반면 영화의 문을 여닫는 강동원은 아쉽다. 김재명이란 캐릭터 자체가 지나치게 평면적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연기가 작위적이다. 과도하게 다듬어진 표준어 연기도 신경 쓰인다. 물론 비주얼 역시 배우의 능력 중 하나라고 한다면, 강동원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능력치를 다했다. 단언컨대 최근 선보인 작품 중 최고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수트 핏은 여심을 홀리기 충분하다.
박장군 역의 김우빈은 영리했다. 거칠면서도 따뜻하고, 장난기와 반항기 가득한 청춘. 김우빈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또 한 번 멋지게 해냈다. 다만 과거 캐릭터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새로움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대선배 이병헌과 강동원의 기에 눌리지 않으면서 길고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는 점에서 확실히 성장했다.
덧붙이자면, ‘마스터’에는 두 개의 쿠키 영상이 있다. 김우빈과 이병헌의 이야기다. 여성들의 제복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강동원의 쿠키 영상도 제작 이야기가 오갔지만, 아쉽게도 제작비 등 여러 이유로 빠졌다. 21일 개봉. 15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