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내년 초 나아질 것"
[뉴스핌=김선엽 기자] 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국고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역전되자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정부가 국고채 발행 물량을 만기별로 불균등하게 줄인 탓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시 시장과 재정자금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한 선택이었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10년물은 2.270%을 기록한 반면 30년물은 2.254%로 마감했다. 채권은 잔존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10년 금리가 30년 금리보다 높은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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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10년과 30년 금리 추이. 정부의 국고채 발행 물량 축소 소식이 전해진 11월 24일 이후 둘의 금리가 역전됐다.<자료:기획재정부> |
30년물 금리가 10년물 보다 낮은 것은 30년물을 처음 발행한 후 시장에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201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 역전의 원인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기재부의 12월 발행물량 축소를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당선 후 지난달 채권금리가 급상승하자 기획재정부는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전월에 비해 1조4500억원 줄였다. 올 한 해 정부 세수가 예상보다 늘어난 점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기재부는 특히 30년물 발행 물량을 다른 만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줄였다. 10년물은 전월의 86% 수준을 유지한 1조5000억원 어치를 발행키로 했지만 30년물은 전월의 절반도 안 되는 4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정부의 시장안정화 대책을 채권시장은 반겼지만, 결과적으로 수익률 곡선(커브)이 엉켜버렸다. 특히 일반 채권을 많이 담는 일부 기관투자자가 정부 발표를 전후해 30년물의 가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스퀴즈’(수급장애를 일으켜 숏커버를 유발하는 전략)를 구사했다는 분석도 있다.
'스퀴즈'는 곧 장기 금리 급등에 대비해 30년물을 대차매도하는 등 헤지 전략을 썼던 일부 기관의 손실로 이어졌다. 10년과 30년 금리 스프레드는 지난달 22일만해도 10bp 가량 벌어져 있었지만 현재 마이너스(-) 2bp로 역전됐다.
한 채권 운용역은 "50년물을 발행할 때 기재부가 스스로 국내 일드 커브가 지나치게 누워있다는 점을 지적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기물만 집중적으로 줄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올해 50년물을 덜컥 발행했다가 부작용을 우려해, 장기물 금리 안정에 집중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시장 참여자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성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초장기물 금리를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판단했다.
이 참여자는 또 "미국은 금리가 우리보다 훨씬 많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입을 안 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한국은행이고 기재부고 시장에 개입을 해서 혼란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주섭 기재부 과장은 "연말을 앞두고 최종수요자도 일부 들어오는 것 같고, 금리가 급등한 여파도 겹친 것 같다"며 "올해 50년물을 처음 발행했는데, 장기로 발행할수록 정부가 빚을 자꾸 이연시킨다는 지적도 있어 마냥 만기를 늘리기 힘들다"고 30년물 물량을 집중적으로 줄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마지막 달에는 통상 발행 물량을 줄여왔고 최근 증권사가 장기물 금리 상승으로 손실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인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내년 초에는 금리역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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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별 국고채 발행물량 변동 추이. 단위:억원<자료:기획재정부> |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