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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에서는 끈 떨어진 인연을 이어가는 시어머니 강재덕 씨와 며느리 안정희 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사진=‘사람과 사람들’ 캡처> |
'사람과 사람들' 끈 떨어진 인연 이어가는 고부관계…'우도엄마' 만나러 가는 며느리 정희씨
[뉴스핌=정상호 기자] KBS 1TV ‘사람과 사람들’은 7일 저녁 7시35분 ‘그녀가 우도에 가는 까닭은’ 편을 방송한다.
이날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끈 떨어진 인연을 이어가는 시어머니 강재덕 씨와 며느리 안정희 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제주 성산포 항에서 뱃길로 15분 거리에 있는, 섬 속의 섬 우도. 제주시에 사는 안정희(47) 씨는 종종 우도행 여객선에 오른다. 우도에 있는 무인민박 청소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그 섬에 사는 정희 씨의 특별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정희 씨가 ‘우도엄마’라고 부르는 사람. 정희 씨의 ‘우도엄마’는 1936년, 우도의 비양동에서 태어났다. 물질과 밭농사를 했던 ‘우도엄마’는 젊었을 때 우도의 유일한 미용사이기도 했다.
서른일곱 늦은 나이에 결혼해 귀한 아들 하나를 얻었고, 그 덕에 별난 며느리도 얻었다. 다리를 다쳐 아들이 업고 며느리가 부축할 때 ‘자식을 이래서 낳는구나’ 참 기뻤다는 사람. 아들보다 귀한 며느리에게 설거지 한 번 안 시키고 며느리 살기 좋게 화장실 고쳐라, 욕실 만들어라 아들을 들들 볶던, 며느리가 하는 일은 아무리 어설프고 서툴러도 무조건 ‘좋다’, ‘잘한다’ 칭찬해주던 ‘우도엄마’. 정희 씨가 ‘우도엄마’라고 부르는 그이는 바로 정희 씨의 시어머니, 강재덕(81) 씨다.
정희 씨는 오늘도 우도엄마가 좋아하는 감귤을 한 상자 따서 우도행 배에 몸을 싣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정희 씨에게 우도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조차도 힘든 섬이었다. 부산 출신인 정희 씨는 2001년 우도로 여행을 왔다가 땅콩농사를 짓는 섬 총각 편성운(44) 씨를 만나 결혼했다.
바다 농사를 짓는 해녀 시어머니와 땅콩농사를 짓는 남편의 배려로 우도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화가 정희 씨. 행복했던 세 사람의 동거는 2년 전,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끝이 났고 정희 씨는 우도를 떠났다.
그로부터 2년째가 되던 지난해 겨울, 정희 씨의 전남편 성운 씨가 간경화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정희 씨는 홀로 남은 시어머니 걱정에 우도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못 보고 산 2년 사이, 부쩍 허리와 다리가 불편해져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서는 걷지 못하는 시어머니. 정희 씨는 우도엄마의 남은 생에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드리기로 했다.
12월 3일은 정희 씨의 전 남편이자, 우도엄마의 아들인 故 편성운 씨의 첫 번째 기일이다.
하나뿐인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시어머니는 몸도 불편하고 남에게 신세지기도 미안해 아들의 기제를 건너뛸까 했지만, 정희 씨는 그런 엄마 속이 얼마나 상할지 말 안 해도 안다.
비록 부부의 연은 끊어졌던 사람이지만, 첫 기일만큼은 내가 챙기겠다고 시어머니를 설득한 정희 씨. 고인이 됐어도 성운 씨는 우도엄마와 정희 씨 사이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다.
처음 시집 왔을 때 정희 씨의 독특한 외모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성운이가 이상한 여자랑 산다’고 수군댔다.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는 정희 씨 역성을 들었다. 성운 씨가 간경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도 정희 씨가 떠나 화병으로 술을 많이 먹어 그리 된 거라고
사람들은 정희 씨를 탓했다. 그 때도 시어머니는 ‘우리 며느리는 잘못 없다’고 정희 씨를 감쌌다. 언제나 정희 씨를 지탱해주고 감싸주던, 그늘이 너른 나무 같던 우도엄마. ‘엄마만 생각하면 외롭지 않다’는 정희 씨는 여전히 우도엄마의 그늘 아래 산다.
KBS 1TV ‘사람과 사람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5분에 방송된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