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옥중화' 서하준이 첫 사극에서 그만의 색깔을 불어넣은 왕 연기로 호평받았다. 일일극에서 익숙한 얼굴의 배우. 주말극으로, 또 사극으로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하준은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 종영 후 뉴스핌과 만나 무사히 작품을 마친 소감을 밝히며 좋은 선배 배우들, 동료들, 스태프들과 호흡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2013년 임성한 작가의 일일극 '오로라 공주'로 데뷔한 그는 유난히 중간에 투입돼 제대로 몫을 해내는 배우로 완연히 자리를 잡았다.
"명종은 마마보이 같은 성향이 있긴 했죠. 실제 역사에서도 어머니께 꾸지람도 받고, 수렴청정 후에 어머니 그늘 아래 있다가 정권 잡자마자 2년 뒤에 승하하거든요. 그런 면 덕에 오히려 왕처럼 드라마틱하게 부각될 수 있었다고 봐요. 재밌었던 건 왕은 근엄하고 흐트러짐 없고, 산 정상에만 있는 우직한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그럼에도 옥녀를 만날 때는 한없이 인간적이고 허점을 보여줬죠. 사람 냄새 나는 인물과 진지한 인물, 두 가지를 연기한다는게 참 재밌었죠. 그게 새로운 시도였어요."
서하준의 명종은 '옥중화'가 방영되는 와중에 투입된 역할이지만, 이병훈 감독의 디테일한 디렉션 덕에 그리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당연히 실존 인물이었다는 것 역시 캐릭터 해석에 도움이 됐다. 서하준이 능청스럽게 극에 녹아든 덕에 옥녀(진세연)과 분량은 점점 많아졌고, 옥녀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멜로 아닌 멜로 연기도 보여줄 수 있었다.
"진세연 씨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후기나 댓글을 보면 시청자들이 분위기가 밝고 둘이 장난스럽게 붙는 장면을 많이 좋아해주셨죠. 에너지를 진세연 씨에게 받을 수 있었고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받아서 저도 그렇게 연기할 수 있었죠. 그게 다 드라마에 잘 묻어났고요. 또 많은 선배님들과 했던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옥녀와 함께 있을 때 말곤 명종이 나온 신들이 가벼운 장면들은 아니었거든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죠."
서하준의 역할은 진중한 왕의 평소 모습부터 평소 장난스러운 면에 그치지 않았다. 명종은 체질이 약해 극 후반에는 진심통이라는 병까지 앓았다. 가슴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그를 떠올리며 진세연은 "그 증세를 연기하시느라 서하준 씨도 고생하셨을 거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는 누워있어서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사극은 마룻바닥이라서요. (웃음) 진심통은 그래도 다행인게 현대로 치면 심근경색이거든요. 제 외할머니도 그 지병을 앓으셨고요. 요즘은 정보가 많아서 병의 증세가 많이 나오니까 그걸 찾아보고 익히고 연기하는데 참고할 수 있었어요. 그냥 막연하게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병이었다면 연기하기가 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극중에서 명종은 옥녀를 짝사랑했지만, 후에 옥녀의 신분은 옹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배 다른 남매가 서로 알아보지 못한 채 묘한 감정을 느꼈던 셈. 이를 알고 있었다면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하지만 서하준은 다행스럽게도 의외의 답을 했다.
"옥녀의 신분에 대해 저는 중간 투입이 돼서 몰랐어요. 알고 들어갔으면 사실 멜로가 잘 안붙었을 수도 있죠. 근데 중간에 옹주가 될지 빈이 될지 끝까지 말씀을 안해주시더라고요.(웃음) 빈이 되려나 하고 기대를 하기보다 맡은 부분을 충실히 하려 했죠. 저와 붙는 부분이 주가 되는 게 아니라 드라마 전체의 스토리가 살아야 하니까요. 이미 명종은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분이고, 극중에 빨리 죽었어도 좋은 역할을 해냈다면 만족했을 거예요."
서하준이 사극을 처음 겪긴 했지만, 사실 본인에겐 처음이란 부담보다는 중간 투입에 부담이 더 컸다. 또 모자 관계로 호흡했던 문정왕후 역의 김미숙과 연기에서도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선배들이 함께 있었던 덕에 조금은 부족한 부분도 금세 메꿀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좀 어려웠던 건 작업이 시작되면 그 분위기에 적응을 해야 하니까 그게 숙제였죠. 저만의 색깔로 너무 튀게 들어가면 어울리지도 않고, 원래의 그림을 이상하게 망칠까봐 걱정했거든요. 원래도 시청률도 좋았고, 잘 되고 있는 작품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선배들이 많이 계시니까 놓치고 가는 부분을 빨리 캐치할 수 있었어요. 어머니가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생각지 못했던 디테일을 챙겨주시기도 하고 많이 칭찬도 해주셨죠. 나중에는 그 마음을 다 이해하게 될 만큼 정말 선배님과 연기가 좋았어요."
'옥중화'에서 서하준은 배우로서 또 하나의 새로운 면을 꺼내 보였다. 그는 앞으로도 보여주지 못했던 색깔을 보여주자는 게 매 작품을 할 때의 목표라고 말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겼지만 서하준은 아직 다 풀지 못한 연기 갈증을 얘기했다. 연애도 하고 싶지만, 아직 그에게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
"일차원적인 캐릭터 해석보다는 저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걸 첨가해서 보여드리는 게 좋아요. 그런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갈 예정이고요. '옥중화'에서는 인간미 있는 왕의 모습을 나름대로 잘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백성들에게 사람 냄새 나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왕이었고, 옥녀와 잘 어우러진 인물. 그게 제가 의도한 부분이었죠. 지금 잠깐 쉬게 됐지만 오래 쉴 마음이 안들어요. 차기작 잡히면 내일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맘이죠. 최종적으론 기찻길 같은 배우를 꿈꿔요. 탈선하지 않고 제 시간에 잘 도착하고 많은 색깔을 입어보고. 어떤 역을 해도 태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