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수린(신은수)은 엄마를 잃은 후 새아빠 도균(김희원)과 화노도로 이사온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홀로 지내는 수린에게 처음 다가온 친구는 성민(이효제). 이후 두 사람은 둘만의 암호로 그들만의 공간에서 추억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수린과 성민은 친구들과 공사장 발파 현장을 보러 산에 올라간다. 하지만 수린을 제외한 모두가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며칠 후 수린 앞에 자신이 성민이라는 남자(강동원)가 나타난다. 가려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됐다는 성민. 하지만 수린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성민을 쫓는다.
영화 ‘가려진 시간’은 ‘숲’(2012) ‘잉투기’(2013)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장편작이다. 출발부터 평단의 관심을 독차지한 기대주답게 그는 ‘멈춰버린 시간’이라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를 스크린에 펼쳤다. 이야기도 “태식이 할아버지에게 들었다”는, 말 그대로 구전 설화에나 나오는 ‘요괴알’ 스토리가 현실에서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충무로, 특히 상업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환상에 기댄 판타지다. 재기발랄하지만 모호하고, 호기롭지만 낯설다.
하지만 엄태화 감독은 역시 능숙했다. 그는 꿈같은 이 이야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또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드라마는 켜켜이 쌓여 흥미를 자극하고 호기심은 몰입으로 이어진다.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부분(예컨대 ‘소아성애’로 읽힐 수 있는)의 강약 조절도 잘했다. 오해를 낳을 수 있는 곳은 최대한 차분하게, 그리고 조심해서 담아냈다.
엄태화 감독이 판타지 세계를 이토록 공들여 만든 건 ‘믿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는 모두가 의심하는 상황 속 진실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에게 집중한다. 단 하나의 진실이 유일한 진실일 수도 있으며, 그걸 믿어주는 이는 단 한 명이라도 좋다고 한다. 설령 이 영화가 어떤 부정적인 결말로 치닫더라도 필연적으로 희망적인 이유다.
다만 아쉬운 건 흥미로운 전개가 중반부로 가면서 힘을 잃는다는 것. 수린의 시점에서 성민의 그것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맥없이 늘어진다. 지금껏 따라온 감정선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흐름이 딱 끊기는 기분이다.
바통 터치를 받은 강동원의 감정 연기도 아쉽다. 줄곧 좋은 연기를 보여줘 왔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 강동원은 강동원이지만 말이다. 특히 그의 얼굴이 지닌 매력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비현실적인 강동원의 외모와 판타지 장르의 시너지는 분명 존재한다. 더욱이 강동원이란 배우는 ‘가려진 시간’을 가장 ‘상업 영화’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신은수는 기대 이상이다. “처음부터 잘해서 할 게 없었다”는 강동원의 말대로 그냥 처음부터 잘한다. 수지의 뒤를 이을 JYP의 기대주라는 대중의 의견에도 동의한다. 신은수는 수린의 모든 걸 완벽하게 채워 넣었다.
이효제, 김희원 등의 연기 역시 나무랄 데 없다. 특히 엄태화 감독의 친동생인 엄태구의 연기는 영화의 해방구 기능을 한다. 버겁고 무겁게 느껴질 법한 스토리에 웃음을 준다. 두고두고 그의 비중이 아쉬운 이유다.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면, 강동원은 영화가 3분의 1 정도 흐른 후 등장한다. 12세 관람가. 16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