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첫 번째 투구에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하는 볼링 용어, 스플릿(Split).
만약 인생에도 스플릿이 있다면, 그의 스플릿은 2년 전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개봉 즈음이다. 100억 원이 넘는 돈과 3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관객에게 외면당했다. 물론 실패 원인이 단순 영화만의 문제겠느냐마는 그 충격은 결코 작지 않았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지난여름 ‘굿와이프’(2016)를 만났고, 드라마는 제대로 흥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스플릿 상태에서 친 첫 번째 스트라이크였다.
‘국민 쓰랑꾼’ 유지태(40)가 늦가을 신작 ‘스플릿’으로 연속 스트라이크를 노린다. 9일 개봉하는 ‘스플릿’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를 그린 특이한 영화. 극중 유지태는 천재 볼러 철종을 열연했다.
“재기발랄한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예전엔 진지하고 강한 연기가 하고 싶어서 작가주의 영화나 심각한 캐릭터만 맡았죠. 이미지 메이킹도 그렇게 했고요. 오죽했으면 예전 인터뷰 사진이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더라고요(웃음). 아무튼 걱정이 많았는데 시사회 이후에 이런 모습도 좋게 봐주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뿐이죠. (김)효진이도 걱정 안해도 될 거 같다더라고요.”
그의 말대로 유지태는 철종을 통해 모처럼 넉살 좋고 밝은 캐릭터(물론 철종에게는 많은 사연이 있다)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신경을 기울인 건 외적 변화. 호일펌에 늘어진 티셔츠까지, 대중이 알던 유지태와 거리가 아주 멀다.
“호일펌은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웃음). 히피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서 제안했죠. 물론 처음엔 안어울릴까봐 걱정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철종하고도 잘 붙더라고요. 스태프 중 몇 명은 예쁘다고 호일펌을 따라했죠. 무엇보다 세팅 시간이 안걸려서 너무 좋더라고요.”
유지태가 외적인 변화만큼 또 신경을 쓴 건 역시나 볼링. 철종이 잘나가는 볼링 국가대표 선수인 만큼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그는 4개월 공을 들였고 평균점수 180에 도달했다. 1차 프로 볼러 합격 기준이 190.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이다.
“운동 신경은 없어요. 하지만 배우는 뭐든 빨리 배워야 하죠. ‘스플릿’이 볼링 영화고 전 프로 볼링 선수 출신 캐릭터니까 연습한 거죠. 흥미를 느껴서 프로 볼러도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근데 ‘굿와이프’ 촬영도 바로 있었고 볼링보다는 연기가 더 좋더라고요. 연기할 시간도 모자라요(웃음).”
인터뷰 내내 흥행 갈증을 내비치던 유지태는 ‘스플릿’으로 투스트라이크를 꿈꾼다고 했다. 그간 흥행에는 크게 욕심내던 배우가 아닌지라 뜻밖이었다.
“프로 배우는 타율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 배우로 유지해나가려면 흥행적인 요소들이 필요한 거죠. 그러다 보니 예능 출연 등 홍보의 필요성도 많이 느끼고 있고요. 예전과 달리 앞뒤가 보여요. 이 영화가 잘 됐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 미래가 그려지니까요. 가장의 책임감인가?(웃음)”
그의 말처럼 가장의 책임감인지, 아님 배우로서 열정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됐건 유지태는 ‘스플릿’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신작 촬영을 시작했다. 현빈과 함께하는 영화 ‘꾼’이 그의 차기작이다.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바로 ‘꾼’ 촬영을 가야 해요. 서스펜스 장르에 사기꾼을 맡았죠. ‘스플릿’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에요. 어쩌면 ‘굿와이프’ 이태준과 일맥상통하겠네요. 아마 좋은 대중 영화 한 편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스플릿’이 투스트라이크면 터키(쓰리 스트라이크)는 ‘꾼’이지 않을까요(웃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에게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자타공인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 유지태. 하지만 이토록 스케줄이 빠듯하니 나름의 고충도 있을 터였다.
“그래도 밸런스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을 기울여요. 작품 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작품이 없을 때는 보통 직장인처럼 규칙적으로 살려고 하죠. 1인 회사이긴 하지만 사무실에 출근해서 9시 전에 퇴근해요. 그래야 아이가 깨어있으니까요. 그렇게 같이 놀아주다가 잠자리에 들죠.”
아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훗날 아들이 본인처럼 배우 혹은 감독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유지태는 망설임 없이 단번에 “좋다”고 했다.
“하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이에요. 감독은 굉장히 창의적인 직업인데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건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하죠.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제가 앞서 외로운 직업이라곤 했죠(웃음). 하긴 세상 모든 직업이 외로우니까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