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4.6조 순매도...바이오株 팔자 집중
[뉴스핌=김양섭 기자]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4조5600억원. 올 한해 코스닥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기관의 매도 추세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기관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4조569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중 연기금이 52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이를 받아낸 건 주로 개인들이었다. 이들은 이 기간 5조8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8000억원 순매수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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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닥시장 매매동향 및 지수 추이 <자료=키움증권HTS> |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판 업종은 바이오였다.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 올해 들어 기관은 셀트리온 주식만 3600억원어치를 덜어냈다. 코스닥시장엔 바이오 제약관련주들이 시총 상위에 올라 있다. 시총 2~3위도 휴젤과 메디톡스 등 보톡스 관련 기업들. 이밖에 휴온스글로벌, 메디포스트, 코오롱생명과학 등 바이오 기업들이 매도 상위 15위 기업에 포진돼 있다. 기관 매도 속에 셀트리온은 올해 7% 내렸고, 휴온스글로벌와 메디포스트 등은 20% 넘는 낙폭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수급 상황에 대해 김형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 코스닥 매매비중이 가장 높은 개인투자자는 2015년 이후 순매수 기조를 이어온 반면 기관쪽은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변경으로 내리 팔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기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코스닥에선 매매비중이 적은 편"이라며 "외국인 순매수세가 코스닥 상승을 주도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관의 이어지는 팔자세에 대해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패시브 추종 전략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롱숏펀드를 운용하는 A 매니저는 "국민연금이 패시브 투자를 강화해왔고 이게 운용사 및 기관한테도 영향을 주면서 중소형주는 구조적으로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떤 펀드는 아예 인덱스를 그대로 복제하는 전략을 가져갔는데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담고 중소형주는 팔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적이랑 전혀 무관하게 수급에서 밀리면서 낙폭이 컸던 대표적인 업종이 바이오"라고 답했다.
1000억원 이상의 주식자산을 운용하는 개인투자자 B씨도 국민연금의 패시브 전략 위주의 운용형태를 꼬집었다. 그는 "국민연금은 좋은 기업을 찾아 장기보유하면서 국민 자산을 불려야 하는 역할이 있다"면서 "때문에 패시브 전략으로 지수복제율을 높이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관 매도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진 종목이 많은데 나의 경우 이런 종목들은 적극 매수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주와 코스닥 약세는 올 한해 지속되는 트렌드다. 지난 6월말 브렉시트 이후 코스닥 시장이 V자형의 반짝 반등을 보이긴 했지만 이후 기관 매물이 쏟아지며 코스닥 지수는 연초 급락 장세 이후의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중소형주를 포함한 코스닥 약세의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강화된 대형주 모멘텀 영향도 있었다"면서 "지난 1, 2분기 어닝시즌에서 확인된 대형주의 턴어라운드 기대와 8월 이후 국제유가의 빠른 회복이 기대인플레를 자극시키며 저평가(=저PBR주 중심)된 대형주의 수요 욕구를 키웠고, 상대적으로 고밸류 섹터 비중이 큰 코스닥은 소외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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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기관매도 상위 15개 종목 <자료=키움증권HTS> |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