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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블랙버드' 옥자연 "더 섬세하고 깊이있는 배우 돼야죠"

기사입력 : 2016년10월31일 09:48

최종수정 : 2016년11월04일 14:42

[뉴스핌=이지은 기자] 현실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을법한, 다소 불편한 소재를 다룬 연극 ‘블랙버드’가 화제를 모은다. 단연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캐릭터는 90분간 끊임없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옥자연(28)이다. 극중에서 그는 어린나이에 성관계를 맺고, 과거 자신의 곁을 떠난 남성을 원망하는 여성 우나를 맡았다. 기막힌 이야기의 주인공 우나를 연기하는 옥자연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옥자연은 오디션 추천을 받아 우나라는 옷을 입게 됐다. 대본을 접하고 마음에 쏙 들었다는 그는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캐릭터라 조금 망설였지만 도전하고픈 감정이 더 컸다.

“‘블랙버드’는 오디션 자리를 추천받아 출연한 경우죠. 대본을 읽어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더군요. 극 중 여자 주인공인 우나가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같은 여자라서 어쩐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작품인 만큼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의 설명대로 우나가 처한 상황은 정말 특수하다. 우나는 12세 어린 나이에 40세가 훌쩍 넘은 레이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이후 미성년자 성적학대 혐의로 수감생활을 한 레이를 15년 만에 찾는다. 여기서 레이는 소아성애자로, 우나는 자신을 레이에게 이용당한 어린 소녀이자, 피해자로 단정짓는다.

“소아성애자를 다루는 것에 대해 거북함은 없었어요. 하지만 감정이입하는데 수많은 상상이 필요했죠. 제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과 경험이다 보니 힘들었어요. 표현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에요. 연출가는 우나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전체적으로 메마른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고요. 날은 뜨거운데 땅은 바짝 메마를 때, 마치 가뭄 같은 분노를 담으려 했죠.”

비록 거북함은 없었지만, 우려가 되는 부분은 분명 있었다. 특히 극중 레이의 변명과 거짓말에 대응하는 우나의 태도와 감정이 고난도였다.

“레이가 소아성애자로 비치는 연출이 굉장히 많아요. 걱정되는 부분은 레이가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우나에게 사과를 하는 장면이에요. 그걸로 인해 우나는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리죠. 자칫 소아성애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걸로 보일까 신경이 쓰였어요. 관객이 그 찝찝함을 안고 가실 것 같아서 걱정됐어요.”

얘기를 나누던 중, 소아성애자를 사랑한 우나를 연기한 옥자연의 마음은 어땠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혼란스러웠어요. 제가 우나를 연기하다보면, 우나 본인도 자신이 엄청 싫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아버지뻘 사람을 사랑한 거니까요. 상대방이 미워질수록 그 사람을 사랑한 자신도 미워지는 거죠. 우나를 연기할수록 레이가 정말 날 사랑한 거였길 바랐어요. 하하.”

2인극으로 진행되는 만큼, 옥자연은 상대역인 조재현과 90분간 모든 감정을 쏟아내야 한다. 아직 ‘신인’으로 불리는 옥자연은 조재현에 대해 “좋은 덕목을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

“‘블랙버드’에 더블캐스팅된 저나, (채)수빈이나 둘 다 신인이에요. 같이 연기할 때 부담은 됐죠. 굉장히 놀랐던 건, 선배로서 가르치거나 권위적인 게 전혀 없더라고요. 부족한 게 많이 보였을 텐데 제가 표현하는 대로 다 받아주세요. 여러 가지로 좋은 덕목을 가진 분 같아요(웃음).”

상대방을 탓하고, 자신을 미워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우나의 감정을 매일 쏟아 내다보니 힘든 부분도 있다는 옥자연. 다만 매일 달라지는 우나의 감정을 따라가며 울고 웃는 객석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옥자연은 이런 우나의 감정을 이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제가 우나를 잘 표현하는지 미스터리에요. 계속 바뀌고 있어요. 처음에는 기댈 곳이 없고 화가 많이 난 우나를 표현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진행할수록 어느 날은 더 화가 나고, 다른 날은 슬프고, 허무하더라고요. 레이도 어느 날엔 정말 어떻게 하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가, 다른 날에는 불쌍하기도 하고요. 이게 ‘블랙버드’의 묘미이자 매력인 것 같아요.”

2012년 데뷔 이래 매 작품 최선을 다하며 객석과 호흡해온 옥자연. 웃음을 머금은 채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작품이나 캐릭터 이야기만 나오면 어느새 눈빛이 바뀌고 말투도 차분해진다. 이미 ‘블랙버드’에 녹아든 모습이 역력한 옥자연이 다음에 입을 옷이 벌써 기대가 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제는 스스로 강해지고 싶어요. 매번 관객을 만나야 하는 중압감도 잘 이겨내고 싶죠. 관객에게 제 연기를 어떻게 봤는지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커요. 연기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한층 단단해지고 싶어요. 또 조금 더 섬세하고 깊이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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