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제 전환..직원 대상 회원권 사용혜택 검토
운영수입 대부분 적자..고객 줄면 손실 확대될 듯
[뉴스핌=이동훈 기자] 이달 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보유 골프장의 운영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하던 골프장을 비회원도 적정 가격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으로 바꿔 손실을 메우려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아예 적자를 무릅쓰고 그룹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려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이달 말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 건설사들의 골프장 운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의 운영 방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대우건설 보유 ′파가니카CC′ 전경<사진=홈페이지> |
대우건설이 시설물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춘천 ‘파가니카’는 지난 1일 회원제에서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으로 변신했다. 회원권을 회수해야 하는 비용이 들지만 향후 운영에는 대중제가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재산세, 개별소비세 등 세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점이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골프장 고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선제 대응했다는 시각이 많다. 당장 이달 말부터 회사가 보유한 회원권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 2011년 개장한 이 골프장은 대우건설이 공사비 약 700억원을 받지 못해 건물 및 땅 등 시설물을 소유하게 됐다. 직접 운영하진 않지만 골프장 내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골프장 회원권을 직원들이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 차원에서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골프장 운영 상황을 지켜본 후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경기도 남양주 ‘해비치 컨트리클럽’ 골프장의 최대주주(40%)다. 나머지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보유 골프장의 운영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경영 실적이 썩 좋지 않아서다. 영업손실을 보는 골프장이 수두룩하다. 매출도 대부분 계열사 주머니에서 흘러드는 구조다.
더욱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용객 감소로 실적 부진이 깊어질 것이란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주말 이용객의 90% 이상이 법인 회원인 상황에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은 경기도 여주에서 ‘자유·트리니티 컨트리클럽’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작년 영업손실이 113억원. 최근 3년간 400억원 정도 손실을 봤다. 부영그룹이 보유한 제주도 서귀포시 부영CC는 작년 18억30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82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남양주 해비치 컨트리클럽은 영업손실 2억5500만원을 나타냈다. KCC건설과 롯데건설이 지분을 보유한 청라 ′베어즈베스트CC′, 춘천 파가니카 등도 영업손실을 봤다.
건설사 관계자는 “골프장 매출에서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인데 김영란법 등으로 골프장 시장이 얼어붙으면 운영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골프장 이용료 할인, 대중제 전환, 직원 복지혜택 활용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