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상호 기자] 지구에 존재하는 수천억 마리의 동물이 거대한 무리로 이동하는 모습이 공개된다.
2일 방송되는 KBS 1TV ‘KBS 스페셜’은 ‘지구동물대이동 길’ 편으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초원, 바다, 하늘에서 펼치는 가장 치열하고 경이로운 움직임을 살펴본다.
![]() |
'KBS 스페셜'에서 지구동물대이동의 길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KBS> |
◆위대한 자연의 경이, 동물 대이동
사막에서 초원으로, 바다에서 육지로, 북극에서 남극으로. 수만 년 동안 본능을 따라 집단이동을 해온 동물들이 있다. 목숨을 걸고 지구를 이동하는 동물들은 이 혹독한 운명을 거스른 적이 없다. 이동하는 지역도 까닭도 다르지만 이들에게 대이동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통과의례이며, 자연의 숭고한 명령이다. 때가 되면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수천,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해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이로운 현장을 보여준다.
◆초원길,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대장정
지상에서 가장 몸집이 큰 포유류인 아프리카코끼리는 우기가 되면 암컷이 가족을 이끌고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아기코끼리의 걸음마는 물을 찾아 엄마와 걸었던 길을 향후 50년간 왕복한다. 7~8월 건기가 시작된 세렝게티 평원에선 거대한 본능의 질주가 시작된다.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 2백만 마리의 누는 물과 풀을 찾아 평생 동안 3만 킬로미터를 달린다. 생존을 위해 이동하는 길이지만 그 길은 굶주림과 갈증, 악어·하마의 위협 등 고난의 연속이다. 수백만 마리의 초식동물이 초원길을 달리고 이들을 노리는 육식동물이 뒤따르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대장정을 추적한다.
◆ 바닷길, 대를 잇기 위한 바다의 순례자들
귀신고래는 겨울이 되면 베링해에서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만까지 대이동을 한다. 출산을 위해 저위도의 따뜻한 바다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는 여름이면 산란을 위해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의 회귀행렬이 이어진다.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에선 산란기를 맞아 대양을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온 바다거북이 해변의 주인이 된다.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은 해마다 우기가 되면 홍게의 행렬로 붉게 물든다. 일 년 내내 굴속에서 생활하던 홍게는 번식을 위해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향한다. 새끼를 키우기에 적합한 수온을 찾아가는 야생동물의 바닷길을 본다.
![]() |
'KBS 스페셜'에서 지구동물대이동의 길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KBS> |
◆하늘길, 자연의 GPS, 본능의 명령을 따라서
순례자들이 성지를 찾아오듯, 매년 여름이면 20만 마리의 홍학이 번식을 위해 아프리카 잠베지강 인근 호수를 찾는다. 포유류인 박쥐에게도 생존을 위해 날아야 하는 하늘길이 있다. 우기가 시작되면 과일박쥐들은 새끼를 낳고 키우기 위해 잠비아의 늪지대에서 콩고강까지 4천 km의 긴 여정을 떠난다. 두루미 무리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이용해 히말라야 산맥을 넘기도 한다. 어떻게 먼 거리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찾아오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신비로운 이동의 흔적들이 쌓여 만들어진 하늘길. 고품격 헬기 짐볼 촬영을 통해 수십 만 년 동안 이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경이로운 본능을 전한다.
◆모든 생명은 이어져 있고, 손잡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동물들에게 모든 초원, 바다, 하늘은 곧 길이다. 보다 풍부한 먹이를 먹고, 보다 안전하게 새끼를 낳기 위해 동물들은 이동한다. 그 길은 포식자의 공격, 경쟁에 뒤처진 낙오자의 죽음 이 따르는 험난한 여정이다. 그러나 동물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학살과 기후변화 등 인간이 불러온 변화다. 동물의 이동 길은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길이며, 오랜 세월 동안 죽음을 무릅쓰고 지속해온 숙명의 길이다. 초원·바다·하늘 위에 새겨진 약속의 길은 앞으로도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
한편 ‘KBS 스페셜’ 지구동물대이동 길 편은 오늘(2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