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줄항공사 인수, 남미 항공시장까지 움켜줘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 이하 하이난항공)이 브라질 아줄(Azul) 항공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서 5대양 6대주를 연결하는 글로벌 항공 노선을 확보했다. 항공동맹체에 가입해 서비스 지역 확대에 나선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직접 인수합병(M&A)투자를 통해 저변 확장에 나서고 있는 하이난항공의 공격적 행보에 글로벌 항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국유항공사 하이난항공 <사진=바이두> |
◆하이난항공, 전세계 하늘길 장악하다
중국 제일재경에 따르면, 하이난항공은 3일 브라질 아줄항공사에 대한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하이난항공은 아줄항공의 지분 23.7%를 확보하며 단독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아줄항공은 지난 2008년 설립된 브라질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브라질 항공시장의 32%를 장악하고 있다. 아줄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총 136대로 매일 800개의 노선을 운영, 100여개의 목적지에서 고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저가항공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지난 2014년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해 미국 등 전세계 주요 도시 직항노선도 개항한 상태다.
하이난 항공은 이번 아줄항공 인수에 대해 “아줄항공과의 협력을 통해 서비스 지역을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 지역까지 확대시키고, 향후 새로운 항로 개척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이난 항공의 아줄항공 인수는 단지 남미 항공 시장 진출만을 위한 포석이 아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하이난 항공은 남미 뿐 만 아니라 아프리카, 유럽에 걸쳐 있는 항공 노선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하이난 항공은 이번 투자과정에서 아줄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포르투갈 TAP 항공의 전환사채(CB) 25%를 3000만유로에 매입했다. 이를 모두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하이난항공은 향후 TAP항공의 지분 23%를 가져가게 된다. 동시에 이사회 1석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TAP 항공은 남미와 아프리카에 주요 기항지를 두고 있는 항공사이면서도 특히 브라질-포르투갈 간 노선에 다수의 항공편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이난 항공은 향후 TAP 항공을 통해 지금까지 따로 떨어져 있던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노선을 하나로 연결하게 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하이난항공은 지난 2012년 프랑스의 에글 아쥐르(Aigle Azur ) 항공 인수를 시작으로, 충칭-로마, 시안-로마, 베이징-프라하, 베이징-멘체스터 직항노선을 잇따라 개설하며 유럽 지역 항로를 확보했다. 또한 아프리카 가나 AWA 항공 출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아프리카 항공시장 선점에도 주력하는 있는 상태이며, 지난해에는 호주 2위 항공사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분 13%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아줄항공 인수를 통해 하이난항공의 직간접적 서비스 지역이 오대양 육대주까지 확대됐다”며 “하이난항공 산하의 ‘작은 친구’들이 전세계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타얼라이언스 등 항공동맹체 가입을 통해 서비스 지역 확대에 나서고 있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 국유 대형 항공사들과 달리, 인수 또는 직접투자를 통해 저변 확장에 나서고 있는 하이난항공의 공격적 행보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항공업계의 한 전문가는 “글로벌 불경기로 항공사들이 노선 공유를 통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하이난항공은 자본을 앞세워 세계 전역의 저가항공사들을 먹어치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이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은 UAE 에티하드 항공과 하이난항공 단 두 곳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M&A 포식자 ‘하이난항공’
하이난항공의 공격적 투자는 항공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내식, 호텔, IT시장까지 뻗쳐나가고 있다.
하이난항공은 지난 5월 에어프랑스의 항공 기내서비스 업체인 서브에어의 지분 49.99%를 4억7500만유로에 인수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14억2000만 스위스프랑에 스위스 기내식 업체 게이트그룹을 사들린 하이난항공은 이번 M&A를 통해 매출기준 글로벌 기내식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한달전인 지난 4월 하이난항공은 래디슨 호텔과 파크플라자 호텔 등을 소유한 레지도르 칼슨 호텔 그룹의 지분 51.3%를 인수키로 했다. 구체적인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하이난항공 측은 향후 나머지 48.7%의 지분까지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하이난 항공 측은 “이번 인수안을 통해 세계 주요 도시 신규호텔 건설 등 투자를 확대하고 향후 호텔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호텔 업체 인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한 하이난항공은 지난 2월 미국 IT 유통업체 잉그람마이크로 인수에 나서면서 전세계 M&A 시장에 놀라게 했다. 인수가격이 무려 60억달러에 육박한 것. 이는 중국기업의 역대 해외 IT 기업 인수합병 사례 중 가장 규모로, 앞서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GE 인수를 위해 투자한 금액보다 6억달러 더 높은 수준이다.
하이난항공그룹은 1993년 중국 하이난성 항공사로 출발해 최근 기업 인수를 통해 물류, 공항, 관광과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국유 항공사 중 4위로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하며 46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총 20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초대형 기업이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