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6월부터 '비상경영체제' 돌입…"3Q 실적 회복하겠다"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5일 오전 7시47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이보람 기자] CJ CGV의 2분기 영업이익이 8억원에 그쳤다. 이는 작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시가총액 1조7700억원 규모의 기업치고는 실적이 미미하다. 안팎에선 무리한 해외 확장에 따른 실적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CJ CGV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 감소한 8억49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매출액은 3146억4100만원으로 13.03%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45억1800만원으로 62% 가량 줄었다.
CGV측은 실적 부진의 주 요인으로 2분기 흥행작 부재를 꼽았다. 정성필 경영지원총괄 상무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 2분기는 전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 규모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관객을 끌어모을 만한 블록버스터 작품이 없었고 아이맥스나 4차원 상영관 등 특별관도 열세였다"고 실적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에선 터키 영화관 사업자 인수 등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로 실적과 재무건전성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고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사진=CGV 홈페이지 캡쳐> |
CGV가 발표한 국가별 손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실제 터키의 손실규모가 가장 컸다. CGV는 앞서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터키 영화관 사업자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약 3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2900억원을 차입했고 재무건전성은 악화됐다. 때문에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CGV의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마르스 지분 인수를 완료한 지난 6월부터 연결 실적이 포함됐지만 한 달 동안 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측은 "해당 시기는 터키의 라마단 기간으로 국민들의 외부 활동이 전혀 없는 전통적인 비수기"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수 부대비용과 인수를 통한 영업권 상각 등으로 38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또 중국에서는 영업손실 5억원이 발생, 힘겹게 달성한 분기 흑자가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베트남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21% 감소한 36억원으로 집계됐다.
다행히도 터키 법인 투자 과정에서 의도치않게 발생한 금융수익 등이 손해를 메워 큰 손실은 면했다. 하지만 외부 우려를 알면서도 무리해서 사업을 확장했다는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전통적으로 터키가 6월이 비수기인걸 알고 있었을텐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인수를 서두른 이유가 뭐였냐"며 "게다가 터키 쿠데타 발생 등으로 정국이 불안한 상황에서 라마단이 끝났다고 누가 영화를 보러갈 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결국 수천억원의 빚만 생기고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냐"고 답답해 했다.
실제 CGV 주가는 올해 1월 사상 최고가인 14만1500원까지 상승했다. 중국 진출 11년 만에 흑자 전환이 가시화되고 국내 실적도 긍정적으로 예측되면서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던 CGV는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지난 2일 장중 52주 신저가인 8만1600원까지 추락한 상태다.
또 이번 실적 부진으로 자체 경쟁력이 아닌 블랙버스터 흥행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의 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CGV는 흥행작에 상영관을 많이 내주고 관객 몰이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며 "이 같은 전략은 관객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더이상 성장이 어려운 취약점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위기에도 CGV의 해외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영화관 사업자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도 했다.
서정 사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쳐 주주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하지만 CGV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그동안 계획한 방향대로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고, 3분기에는 국내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등에서 긍정적인 경영 성과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6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실적 개선을 위해 각종 비용 효율화 등에 나서고 있다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