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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가 서울 모 정신병원에서 숨진 27세 남성의 사연을 전한다. 아울러 영등포역 주변에서 사라지는 노숙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
[뉴스핌=정상호 기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20대 남성 사망사건과 영등포역 연쇄실종 괴담의 진실을 파헤친다.
23일 오후 방송하는 ‘그것이 알고싶다’는 서울 모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망사건과 더불어, 영등포역을 떠도는 연쇄실종 괴담을 재조명한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에 담길 충격적인 내용은 지난 6월 익명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제작진은 제보자가 보낸 USB 메모리 안에서 놀라운 영상을 발견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병원으로 추정되는 곳을 비추는 CCTV 화면에 잡힌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작진은 문제의 영상에 침대 하나로 다 찰 듯 비좁은 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자세히 보니 침대에 누운 남자의 양쪽 팔과 다리가 끈으로 묶여 있었다. 무려 35시간이나 같은 자세를 유지한 남성은 결국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호흡도 불안해졌다.
의료진이 급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남성은 사망선고를 받았다. 제작진 확인 결과 사망자는 이준호(가명) 씨로, 겨우 27세였다. 과연 침대에 묶인 이준호 씨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이준호 씨의 유족과 어렵게 연락을 취했다. 제보 내용을 공개하자 유족은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 이들에 따르면 이준호 씨의 주치의는 사인을 ‘알코올’이라고 설명했다. 고 이준호(가명)씨의 주치의 홍원장(가명)은 이준호 씨가 병원에서 이용하는 고농도 합성 알코올 솜을 몰래 흡입했다며 "알코올 솜은 알코올 농도가 높잖아요. 쥐 실험을 했을 때 신경중추 마비가 와서 사망을 한다는 논문들도 나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유족은 고인이 성인 무렵부터 술을 절제하지 못한 탓에 이 말을 믿었다. 유족은 "(준호가 죽은 건) 전적으로 우리 애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어요. 35시간 묶여있었다는 건 얘기 안 했어요. 전혀 들은 바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수상한 건 제보를 토대로 취재가 시작된 뒤 병원이 법원에 방송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점이다. 환자가 오랜 강박 상태로 방치되어 사망하였다는 제보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이러한 내용이 방송되면 주치의 본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병원이 정말 이준호 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 지 제작진의 취재 결과가 공개된다.
또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는 서울 영등포 인근의 일명 ‘안창(구 사창가)’에 존재하는 노숙인들의 연쇄실종에도 주목한다. 제작진은 인적이 드문 영등포역 뒷골목에 의문의 남성들이 돌아다니는 날, 반드시 노숙인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는 또 다른 제보의 실체를 추적한다.
노숙인 A씨는 제작진에게 "어느 순간에 없어져요. 여기는요. 그 사람은 어디 갔는지 몰라"라고 말했다. 노숙인 B씨 역시 "같이 술 한 잔 먹고 옆에 이렇게 자잖아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사람이 없어! 아침에 일어나면"라고 제보했다.
노숙인들을 증언을 수집하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지난해 의문의 남성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갔다던 남자와 접촉했다. 술과 담배를 약속하며 남성을 끌고 간 사내들은 강화도 소재 B병원의 직원들로 밝혀졌다. 2014년 7월, 검찰 조사 결과 문제의 병원은 노숙인들을 유인해 입원시키고 보험공단으로부터 23억 원을 부당 편취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영등포역의 은밀한 실종 소동은 끝날 듯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직접 찾은 영등포에서는 의문의 남성들과 자고 나면 사라지는 노숙인에 대한 괴담은 여전했다.
환자가 아닌, 노숙인들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는 괴담은 왜 여전히 영등포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걸까. 인권을 외치는 오늘날, 정신병원에서 치료라는 명분하에 35시간이상의 격리와 강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환자의 사인이 가족들조차 알 수 없이 조용히 은폐되는 걸까.
23일 오후 11시5분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처럼 사람들의 편견과 무관심 속에 뒤틀린 대한민국 정신병원의 암울한 현실을 고발한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