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를 찾는 영화 '부산행'(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인천상륙작전'·'터널'·'덕혜옹주' 포스터 <사진=NEW·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 |
[뉴스핌=장주연 기자] 드디어 여름 극장가 전쟁이 시작됐다. 한해 최고 성수기인 만큼 국내 4대 배급사 NEW,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에서는 100억 원 이상 투입된 대작들을 하나둘 꺼내 들며 본격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NEW ‘부산행’ (7월20일 개봉)
여름 성수기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앞서 지난 5월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이다. 칸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현지에서 극찬을 받으며 개봉 전부터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배경은 서울역에서 출발한 부산행 KTX, 주요 탑승자는 석우(공유)·수안(김수안) 부녀, 상화(마동석)·성경(정유미) 부부, 대기업 상무 용석(김의성)·노숙자(최귀화), 영국(최우식)·진희(안소희) 커플이다. 아무런 의심 없이 시작된 이들의 여행길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불청객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선다.
특히 이 영화는 좁은 KTX를 통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세태를 다루며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그간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은 실사 데뷔작 ‘부산행’에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가득 담았다.
물론 장르 자체가 주는 쾌감도 잊지 않았다. 그간 봐온 할리우드 좀비물에 크게 밀리지 않을뿐더러 빠른 속도감으로 관객의 숨통을 쥐고 흔들며 짜릿함을 안긴다. 여기에 단순 좀비 영화를 넘어 인간 내면까지 묘사했다는 점에서 언론 시사회 후 ‘감성이 더해진 좀비영화’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는 보는 이에 따라 ‘신파’로도 읽힌다.
◆CJ엔터테인먼트 ‘인천상륙작전’(7월27일 개봉)
시나리오 완성에만 수년이 걸린 CJ엔터테인먼트의 여름 텐트폴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실화 기반 역사극이다. 1950년 9월15일 유엔군이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인천에 상륙해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이 중심 스토리다.
관전 포인트는 ‘테이큰’ 시리즈로 유명한 리암 니슨 출연에 있다. 그의 맥아더 장군 캐스팅 소식은 일찌감치 화제 되며 홍보 효과에 제대로 한몫했다. 더욱이 리암 니슨은 최근 진행된 내한 기자회견에서 “복잡한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전개한 시나리오에 감동했다”고 말해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리암 니슨과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친 국내 배우는 이정재다. 명실상부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에 등극한 그는 비밀리에 첩보 작전을 수행하는 대한민국 해군 대위 장학수 역을 맡아 ‘천만 배우’ 재등극을 노린다. 리암 니슨과 이정재 외에도 정준호, 이범수, 진세연 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해 영화에 힘을 보탰다.
다만 전쟁 영화가 얼마나 관객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래도 희망은 한국을 대표하는 영웅 이순신이 승리로 이끌었던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2014)이 개봉 당시 1761만 관객을 동원, 충무로에 새 역사를 썼다는 좋은 선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8월10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비 100억 원을 들여 만든 올여름 기대작이다. 이 역시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극으로 일본으로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흥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건 검증된 시나리오. ‘덕혜옹주’는 권비영 작가가 2009년에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 소설은 출간 당시 1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작품이다. 각색 과정이 더해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미 사전 검증을 마친 셈이다.
타이틀롤을 맡은 손예진의 연기에 거는 기대도 크다. 덕혜옹주를 연기한 손예진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으로 86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 티켓파워를 지닌 몇 안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비밀은 없다’를 통해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보여준 그는 이번에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덕혜옹주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메가폰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7) ‘봄날은 간다’(2001) 등을 연출한 자타공인 ‘멜로 대가’ 허진호 감독이 잡았다. 섬세한 드라마에 강점을 보이는 허 감독이 비극으로 점철된 덕혜옹주의 굴곡진 인생은 인생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 ‘터널’(8월10일 개봉)
4대 배급사 중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쇼박스의 기대작이다.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하정우)가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되면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전화, 주유소에서 받은 500ml 생수 두 병, 딸의 생일 케이크에만 의존한 웃픈 정수의 생존기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놓쳐서 안된다.
단 하나, 우려되는 지점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앞서 개봉한 ‘부산행’과 닮았다는 것. 하지만 수많은 희생자가 아닌 오직 단 한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처음부터 방향을 달리한다. 게다가 ‘터널’의 경우 비현실적인 재난이 아닌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소재를 다뤄 공포감과 몰입도를 더했다.
걸출한 배우들의 열연도 ‘터널’의 플러스 요인이다. 지난해 여름에도 천만 영화 탄생에 일조한 배우 하정우와 오달수가 터널에 갇힌 남자와 구조대원으로 재회, 흥행 파워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서 안정적이고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줬던 배두나는 이정수의 아내 세현으로 분해 밀도 높은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기대치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이 준다. 김 감독의 전작은 웰메이드 물로 극찬받은 ‘끝까지 간다’(2014). 치밀한 이야기 전개와 긴박감 넘치는 연출에 남다른 장기를 보여준 감독이 쓰고 만든 영화인 만큼 믿고 봐도 후회는 없을 듯하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