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김세혁 기자·사진=이형석 기자] 할리우드 역사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27)만큼 짧은 시간에 엄청난 명성을 얻은 스타가 또 있을까 싶다. 비교적 미국 영화시장에서 성공사례가 드문 북유럽(스웨덴) 출신이라는 핸디캡 아닌 핸디캡에도 요즘 그만큼 자주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배우도 드물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그의 행보를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2010년 ‘퓨어’를 선보이며 막 얼굴을 알렸던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소중한 유산’(2011) ‘로얄 어페어’(2012) 등 스웨덴 영화를 거쳐 2013년 ‘제5계급’을 통해 미국영화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엑스마키나’(2015)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다작행보를 시작했고, ‘맨 프롬 엉클’(2015), ‘더 셰프’(2015)를 거치며 할리우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대니쉬 걸’(2015)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단순한 다작배우가 아닌 연기파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까지 데뷔부터 딱 5년이 걸렸다.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이번에 선을 보일 작품은 ‘제이슨 본’이다. ‘007’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와 더불어 영화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인텔리첩보액션의 최신작에서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헤더 리로 변신했다.
“헤더 리는 CIA 사이버 리서치 요원입니다. 이 캐릭터를 통해 ‘본’ 시리즈에 합류했죠. 세상이 그만큼 변했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예요. ‘본’ 시리즈가 시작할 당시(2002년)만 해도 CIA에 이런 요원이 없었거든요. CIA 내부에서 떠오르는 신세대인 셈이죠.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뛰어들고, 감시체계를 활용하는 인물이어서 끌렸어요. 게다가 신비로운 면도 있어서 흥미진진했죠.”
북유럽의 새내기 배우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연기파가 된 그에게도 ‘본’ 시리즈 참여는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더욱이 ‘제이슨 본’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복귀한 데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역 맷 데이먼(47)이 9년 만에 컴백한 작품.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지금 생각해도 얼떨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영화에 참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가 재결합했다는 사실이었어요. 원래 감독의 광팬이거든요. 처음 촬영현장에 갔을 때 제 볼을 꼬집었을 정도였죠. 감독은 언제나 차분하게 배우들과 커뮤니케이션해요. 명쾌한 비전을 가졌고 문제가 생겼을 때 차근차근 풀어나가죠. 제가 ‘본’ 시리즈를 좋아한 중요한 이유가 그 모든 것에서 비롯되는 작품의 진정성이었어요.”
영화계 대선배 맷 데이먼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쉽게도 ‘제이슨 본’에서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별로 없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 사실에 울상을 지으면서도 강렬한 맷 데이먼의 연기에 감탄했다며 칭찬을 연발했다.
“우리가 아는 제이슨 본은 정말 재미있는 인물이잖아요. 기억을 모두 잃고 방황하는데도 외국어를 몇 가지나 구사하고, 격투에 운전도 잘하고요. 그 모든 걸 해낸 맷 데이먼과는 아쉽게도 함께 잡힌 신이 별로 없어요. 전 주로 CIA 본부에 머물거든요. 만나는 장면은 별로 없지만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담건, 일단 흥미진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확히 일치했어요. 그래서 늘 함께 있는 듯 재미있게 찍었죠.”
이달 초 서울을 찾아 기자들과 만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2010년 이미 한국을 찾은 바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데뷔작 ‘퓨어’를 알렸다. 부산을 통해 국제영화제를 처음 접한 그는 아름다운 밤경치와 정겨운 문화를 잊을 수 없다며 ‘브라보’를 외쳤다.
“2010년 10월 열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게스트였어요. 당시 ‘퓨어’를 연출한 리자 랑세트 감독이 출산하는 바람에 혼자 왔죠.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인을 환대해준 한국 영화 팬들을 잊을 수 없어요. 아주 행복했죠. 그런 한국에 다시 와 기쁘기만 해요. 서울은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부산은 정말 다시 가보고 싶어요. 넘실대는 파도 너머 섬들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맛있는 것도 먹고 노래방도 가봤어요. 지금도 고향처럼 그리워요.”
영화계 최고의 블루칩답게 종횡무진 활약 중인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한국이 주는 특별한 감정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2010년 한국을 처음 찾은 이래 행운이 계속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다며 웃었다.
“‘퓨어’에서 만났던 리자 감독과 한 달 뒤 다시 작품을 해요. 아무 필모그래피도 없는 저를 발탁한 분이라 인연이 남다르죠. 한국과 부산도 그래요. 첫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곳이어서 그런지 제겐 판타지가 있어요. 이후 일이 술술 풀렸고요. 눈 깜박할 사이에 6년이 흘렀는데, 그간 정말 열심히 일했죠. 운 좋게 작품이 계속 들어왔고요. 연기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제게 6년은 수업과 같았어요. 아, 제가 발레를 하며 자랐거든요. 다음엔 이 특기를 활용할 액션연기에 도전하려고요!”
[뉴스핌 Newspim] 글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