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싸지만 자살보장 높아 보장한도 20억->5억 축소
[뉴스핌=김승동 기자] 삼성생명이 VIP정기보험의 가입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종신보험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고액의 사망보장을 받을 수 있어 피보험자 자살시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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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사진=삼성생명> |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대리점 등에 ‘VIP정기보험 가입한도 축소’와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사망보험금 최대가입한도를 기존 2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축소한다는 것이 공문의 주요 골자다.
정기보험은 종신보험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피보험자 사망시 고액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자살로 인한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정기보험은 VIP정기보험 뿐”이라며 “지난해 정기보험 판매는 약 1000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1300건이 판매되어 상품포트폴리오 관리 및 고액보험금 지급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입한도 축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기보험은 정해진기간까지만 사망보험금을 보장하지만 보험료는 종신보험 대비 저렴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종신보험은 가입일부터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간에 상관없이 사망보험금을 보장한다. 다만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가령 40세 남성이 5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을 때 삼성생명 플래티넘유니버설종신보험의 경우 20년 동안 매월 131만 원을 납입해야 한다. VIP정기보험은 20년 동안 약 16만 원만 납입하면 동일한 5억 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VIP정기보험의 보장 기간은 60세까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은 가입 후 2년 내 자살하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VIP정기보험 출시 후 2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고액 사망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지급받는 보험금 규모가 클수록 보험사고 위험도 증가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닥쳤을 때 고액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보험금을 노린 범죄 확률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VIP정기보험은 종신보험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고액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고 위험도 높다는 게 삼성생명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정기보험 가입한도 축소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 금융감독원의 내부 검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선제 예방조치라는 분석이다. 향후 발생할할지 모를 자살관련 보험금 규모를 미리 축소하려는 조치로 받아들인다.
생명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명보험 상품은 리스크관리는 물론 마케팅 차원에서도 가입한도를 변경할 수 있다”면서도 “삼성생명이 주력하고 있는 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이 상품의 가입한도를 대폭 줄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살보험금은 과거 판매 상품인 반면 이번에 가입한도를 축소한 정기보험은 최근 판매하는 상품이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자살보험금 이슈로 인해 향후 불거질 리스크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가입한도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