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 등 VVIP 브랜드 자체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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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민선 기자] 한때 우후죽순 생겨났던 증권업계 VVIP 지점들이 수년째 답보 상태다. 이른 바 '큰 손'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내세워 자산관리(WM) 시장을 확대하겠다던 당초 의욕과 달리 유지조차 버겁다. 이미 VVIP 지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문을 닫거나 지점 전략을 바꿨다.
시장 전문가들은 거액자산가 시장 자체가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로 인해 자산관리(WM) 시장으로의 거액자산가 유치 전략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현재 거액자산가 전용 지점을 운영 중인 증권사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등이다. 이들마저 4,5년전에 비하면 지점 수가 확연히 감소했다. 강남과 강북 등에 뼈대만 남겨둔 상태다.
거액자산가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증권 SNI는 지난 2010년 출범 이후 한때 7곳까지 지점 규모를 늘렸지만 이중 현재 남은 곳은 단 3곳. 삼성증권은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SNI사업부를 윤용암 사장 직속으로 독립시키며 거액자산가 중심의 강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내놨지만 지난 연말 기준 고객자산 규모는 15조원 수준에 머문다. 최근 1~2년간 이렇다 할 성장도 없었다.
NH투자증권는 지난 2013년 WM 영업기반을 확장한다는 전략 하에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미어블루 PB센터'를 5곳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현재 강북, 강남, 골드넛 3곳만 남겨뒀다. 미래에셋증권도 WM센터 1호점이라는 상징성을 지녔던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지점을 폐쇄, 강남과 강북 두곳만 운영 중이다.
거액자산가 전용 브랜드 자체를 폐기한 곳도 적잖다. 메리츠종금증권의 'The Club', HMC투자증권의 'H Members Club' 등은 모두 간판을 내렸고 강남권 영업 강화 차원에서 초대형 PB점을 출범시켰던 미래에셋대우(구 대우증권)도 VVIP 전용 지점은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의 거액자산가 시장 진출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으로 국내외 금융환경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거액자산가들을 기존 은행권에서 증권업계로 유인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고객 특성상 안정성을 담보로 하면서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창출, 차별화하겠다던 기존 전략에 비해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 반면 높은 관리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지점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A 증권사 임원은 "VVIP 지점이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닌 데다가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채권 등을 통해 금리 대비 플러스 알파를 내는 데 쉽지 않았다"며 "지난 5년간 적자를 내지 않은 지점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VVIP 지점이 문열던 2010년 무렵에는 은행계 PB 모셔오기 작전을 펼침으로써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객 중 상당수가 기존 거래은행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 등을 이유로 낮은 이동을 보여 이마저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반해 지점 유지 비용은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VVIP 지점의 축소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VVIP 지점들이 주로 자리잡고 있는 강남파이낸스센터와 서울파이낸스센터 등의 월세는 억대 규모. 여기에 '명품지점'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종 미술품과 조각품 전시, 문화 행사, 각종 세미나 개최 등을 감안한다면 일반 지점 대비 고정 지출 비용은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B증권사 임원은 "VVIP지점은 단위당 수익성은 낮고 관리 비용은 높아 고객자산 규모가 커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여기서 실패한 곳들이 많았다"며 "더구나 대다수 증권사 경영진의 임기가 짧다보니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WM 시장에 안착하는 데 한계를 보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들의 생존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봤다.
C 증권사 임원은 "하반기에 도입되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 등이 시행되면 WM시장의 경쟁은 계속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남은 지점들 가운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곳들은 특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