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무서운 중국이다. 작년 기자가 재테크 팀에 있었을 때 투자자들 관심은 후강퉁을 비롯한 중국 펀드에 쏠려있었다. 올해 코스닥팀에 와보니 중국 사랑은 여전했다. 코스닥시장의 가장 핫한 테마이자 이슈였다.
분명 중국은 미국을 위협할만한 G2 국가로 올라섰다. 기대감을 먹고사는 주식투자자들 역시 미국보다 중국을 바라본지 오래다. 하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중국은 덩치 큰 초등학생 같다. 이 무서운 초등학생은 최근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는 33건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중국의 한국기업 M&A 64건 중 70%가 최근 2년 사이에 진행된 셈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에 유입되는 중국 자본에 대해 "양질의 자금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우리가 중국 거대자본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한중 협력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외침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협력이 아닌 중국자본의 일방적인 침투라면? 그리고 이에 손발을 맞추는 국내기업이 주가를 띄운 다음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시나리오라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잠시나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허구라며 웃어 넘길 순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코스닥 상장사인 A사. 10년동안 철강 부품을 만들어온 금속가공 전문업체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한 광고대행사가 이 회사를 인수했고, 중국인 사외이사가 임명됐다. 이후 또한번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중국인 투자자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A사가 정관에 음반기획부터 바이오 제품개발, 부동산 자문업, 통신판매업, VR시스템 개발까지 다양한 사업목적을 추가해 정체 불명의 회사가 돼버렸다는 점이다. 주방장 소신없이 메뉴만 여러 개인 식당은 맛집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다른 코스닥 기업 B사는 모회사의 최대주주가 중국투자자다. 중국 자본은 B사의 모회사에 유상증자를 통해 217억의 투자금을 납입했으나, 인수 이후 총 29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다시 국내 자본을 끌어모았다.
전환사채 발행 자금으로 B사를 인수하고, B사를 통해 또다른 C사를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국내 자본을 끌어들이고, 결과적으로 중국자본의 국내유입은 없는 상태에서 중국의 우리기업에 대한 지배력(경영권)만 뺏긴 셈이 됐다.
눈치빠른 국내기관 투자자들은 이 같은 세력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투자를 보류했다. 한 대형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팀은 앞서 언급한 A사를 검토했지만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 투자를 거절했다.
결국 손해는 '중국' 재료라면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이 같은 거래는 개인들의 손실은 물론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시장 왜곡을 불러온다. 작년 코스닥 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조6186억원으로 전년대비 9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자본이 주로 활용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규모도 1조3512억원으로 116% 급증했다.
이 같은 중국 자본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투자자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 최근 코데즈컴바인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 소위 '세력'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도대체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중국 기업들의 속내를 모르겠다. 이렇게 구조를 짜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또 중국 자본이 언제 '엑시트(투자회수)'할 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근거없이 '중국' 재료에 습관적으로 반응하던 시기는 끝났다. 심증은 있지 물증이 없다해도 또한번 의심해봐야할 때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