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운항 10대 중 1대 지연..정비인력 등 안전인프라 열악 지적
[뉴스핌=송주오 기자] 고공비행을 해 온 저가항공사(LCC)들이 안전 사고의 늪에 빠졌다. 급성장한 LCC가 그에 맞는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서 안전사고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LCC업계는 미끼 이벤트, 기내 서비스 요금 인상 등 수익성 추구에만 매달리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지난해 국내선 지연률은 전년 대비 3.93%포인트 급증한 12.37%로 집계됐다. 서울-제주 노선 등 국내를 운항하는 제주항공의 여객기 10대 중 1대 이상에서 운항지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대형항공사 1위인 대한항공의 지연률(6.06%)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LCC의 운항지연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나타내 준다. 또 다른 LCC인 진에어(15.76%), 이스타항공(13.13%), 에어부산(10.64%), 티웨이항공(9.96%)의 지연률도 대한항공을 크게 앞섰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들은 정비결함에 의한 지연도 대형 항공사들보다 2배 이상 높아 안전사고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LCC업체들의 운항지연은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 인프라와 맞물려 있다. 현재 LCC 업체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에 비해 정비 인력이 낮은 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1대당 각각 24명, 17명 가량의 인원을 배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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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240여명의 정비사들이 총 22대의 항공기를 관리한다. 1대당 정비사 11명이 맡고 있는 셈이다. 티웨이항공은 10.2명, 이스타항공은 8.4명꼴로 더 열악하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정비 지원을 받고 있다.
LCC 업체들은 평균 18여대에 불과한 항공기로 빡빡한 운항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정비인력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단적인 예로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의 보유 항공기는 각각 122대, 22대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노선 운항 횟수는 대한항공이 10만5118회, 제주항공이 4만6928회로 2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제주항공이 항공기 1대당 회전율을 높여 운항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LC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시한 안전 기준에 맞춰 진행하고 있어 LCC라고 해서 정비 등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서 "최근에 LCC 업체들에서 사고가 발생하다보니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잦은 안전사고에도 LCC 업체들은 수익성 추구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지난해 중순 기내 인기 메뉴인 컵라면 가격을 올렸다. 제주항공은 3000원짜리 단품을 없애고 김치, 단무지를 추가한 세트 메뉴를 선보이면서 5000원으로 인상했다. 진에어는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이와 함께 옆좌석 구매 서비스와 누워 가는 좌석 패키지, 비상구 등 넓은 좌석을 비싸게 판매하는 등 공실률을 낮추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판매 방식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아울러 LCC 업체들은 특가항공권 이벤트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올초 진행된 제주항공의 특가항공권 이벤트에는 21만여명이 동시 접속해 서버가 다운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 제주항공이 유치한 신규 회원만 12만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벤트에 풀린 좌석이 4만3000석으로 연간 항공권(815만장)의 1%도 못미쳐 '생색내기용'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여행 부담을 낮춰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업체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