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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3인방' 배우 남궁민(위), 김범(아래 왼쪽)과 이기우<사진=SBS, tvN> |
[뉴스핌=이현경 기자] 공공의 적이었던 악역들이 이제는 국민적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영화 ‘베테랑’에서는 망나니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가 제대로 관객의 분노 지수를 높이더니 드라마에서는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남규만이 조태오를 넘어 역대급 악역으로 떠올랐다. 마성의 매력을 가진 악역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남규만을 능가하는 악역이 새로 탄생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남규만은 ‘분노조절 장애 찌질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주인공 못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사이코패스에 가까웠던 남규만은 평소에는 온화한 미소를 보여주다가도 금세 광기 어린 표정을 지어 섬뜩함을 자아냈다.
납치폭행부터 살인교사, 강간치사, 불법비자금조성, 검사판사 증인회유, 뇌물수수, 증거인멸, 마약류 관리법 위반까지. 이 모든 범죄를 한 평생을 살며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남규만은 달랐다. 그는 짧은 삶을 사는 동안 너무나 손쉽게 죄를 저질렀고 재빠르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쉽게 말해 남규만은 1일1악행을 일삼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에 가깝다. TV 드라마에서 허용가능한 모든 악행을 홀로 다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그에게 역대급 악역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서서히 드러나는 극도의 캐릭터와 신들린 연기력 때문이다. “똑같은 깡패인데 왜 내 깡패만 밀려” “헬기 돌려” 등 결정적인 장면에서 터진 남궁민의 애드리브 역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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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남규만의 계보를 이을 악인 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 먼저 SBS ‘미세스캅2’의 이로준이다. 김범이 연기하는 이로준 역시 재벌가의 자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는다. 그게 살인이라 해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특히 남의 약점을 잡아내는 게 그의 주특기. 돈이 필요한 경찰에게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매수하는 치사한 기질도 있다. 아직까지 김범이 보여준 이로준은 악역으로서 잠재력이 완전히 터지지 않았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김범의 연기가 다소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충분히 더 지켜볼만하다.
tvN 새 금토드라마 ‘기억’에서는 선한 얼굴로 유명한 이기우가 악역으로 등장, 기대를 모은다. 이기우는 타고난 재력가이면서 사무적으로 능력도 갖춘 인물. 철저한 이기주의자에 자신의 모습을 꽁꽁 숨긴 채 악행을 저지를 것으로 전해져 어떤 캐릭터를 소화해낼지 주목된다. 특히나 지금껏 키다리 아저씨나 순정남 역을 주로 해온 이기우의 첫 악역이라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진행된 ‘기억’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성민은 “착한 얼굴로 어떻게 악역을 할 것인지 궁금했다”며 “대사를 한 마디 내뱉는데 ‘정말 잘한다’라고 느꼈다. ‘이거 제정신이 아닌데’ 싶을 정도다. 방송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예고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맛깔나는 캐릭터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살아있는 악역이 완성된다. 남규만에게는 '분노조절장애찌질이', 이로준에게는 '무법의 천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가운데 이기우가 보여줄 신영진은 어떤 인상으로 시청자에게 애칭을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