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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징계 트라우마에 빠진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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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열심히 일한 동료들이 징계를 받으면서 내부적으로 사기가 크게 떨어져 안타깝다."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탄식이다. 초기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지휘권한이 있는 윗선은 빠지고 실무자들만 징계폭탄을 받으면서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호소다.

복지부 직원들의 탄식에는 사실 애써 토로하지 못한 사정이 담겨 있다. 열심히 일해봤자 징계받을 가능성만 커진다는 불안감이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고 복지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원격의료 등 국제 경쟁력 강화와 국민 편의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수행 중이다. 공통점은 국민 대다수가 필요성을 느끼고 또 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같은 사업을 '규제기요틴' 항목에 넣고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규제기요틴이 발표되고 만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복지부는 '추진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고 정부도 나서는 상황에서 업무 진도가 나가지 않은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정을 듣고 보면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가능해진다. 

바로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반대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수행하면 징계를 받는다는 것이 복지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에게 복지부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복지부는 국민의 보건 향상을 위해 의약분업을 통과시켰지만, 돌아온 것은 '실무자 징계'였다.

당시 의사들은 병·의원 문을 닫는 등 강경하게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실무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의약분업을 이끌었지만, 보상은커녕 징계만 받았다. 물론 당시 감사원은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를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 복지부가 의사들이 반발하는 정책에 대해 눈치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비급여 논란'이 있었다. 복지부가 비급여 관리에서 손을 떼면서 불법 의료기기를 비롯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떨어뜨리는 비급여 진료 등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가 문제를 거론하며 비급여를 관리받지 않겠다는 의사들의 반대에 관리는 커녕 불법 재료와 진료만 늘고 있다. 최근 C형간염 원인으로 거론되는 일회용 주사기 등도 비급여 항목이다.

이런 상황이 답답한지 산하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라도 비급여 관리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복지부는 강력하게 'NO'를 외치고 있다.

복지부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복지부는 의사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면서 "산하기관에서 관리해도 책임은 복지부로 올 텐데 의사가 거부하는 일들을 추진했다가 앞날이 꼬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은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취임 당시 "의사 출신이 아니라 국민의 장관이 되겠다"고 밝혀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나마 의사단체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서비스법과 원격의료 등만 추진할 움직임을 보일 뿐, 국민 10명 중 7명이 원하는 상황에서 의사만 반대하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등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의사단체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되고 있다.  

최근 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국회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부회장은 비례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의료정책이 제도화되고 대중적 여론에 밀린 전문가의 초라한 위상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의견을 잘못된 것으로 보고 국회에 진출해 복지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복지부 직원들은 의사단체가 강경한 입장을 표할 때마다 지켜만 보는 고위관계자들이 원망스럽다고 한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인데 유독 의사들만 국민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의사 눈치를 많이 본다"면서 "대부분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라면 윗선에서 강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권한이 있는 위치에서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며 역할을 외면하는 순간 국민 보건 콘트롤타워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외풍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보건당국은 국민 보건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특정 이익단체들의 입장이 국민의 뜻과 다르다면 다수 국민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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