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영국의 유로존 탈퇴(브렉시트) 우려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다른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한 협상안을 도출했지만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브렉시트 지지를 선언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영국 파운드<사진=블룸버그통신> |
22일 미국 동부시간 오후 2시 15분 현재 파운드는 미 달러 대비 1.74% 떨어진 1.4154달러에 거래 중이다. 파운드 가치는 1파운드당 1.4126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인 유로존 정상들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복지 혜택을 최대 7년까지 긴급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영국 정부에 부여하는 등 캐머런 총리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며 브렉시트 저지 협상안을 타결시켰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협상안을 가지고 오는 6월 23일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영국의 EU 탈퇴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은 영국 정치권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일 존슨 런던 시장은 EU가 영국의 통치권을 훼손하는 통제력을 상실한 관료체계라고 비난하면서 캐머런 총리에 반대해 브렉시트를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G10 통화 전략 헤드는 "파운드는 캐머런 총리가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공포를 완화하는 데 실패해 하락하고 있다"면서 "보수당의 주요 인사들이 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것이 브렉시트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어링 자산운용의 알란 와일드 이자율·통화 전략 헤드는 "향후 4개월간 파운드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설문조사 결과와 이슈의 전개에 따라 거래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악사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데이비드 페이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파운드의 약세는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의 산물이며 국민투표의 시점 때문이 아니다"면서 "파운드 약세는 향후 지속해서 영국의 탈퇴 전망을 반영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브렉시트 우려로 파운드가 달러와 유로화 대비 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파운드가 당시 1.15~1.20달러에서 1.45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간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영국이 결국 EU를 떠나게 된다면 교역가중치 기준 파운드 가치가 약 10% 떨어져 유로화의 가치가 1.3% 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의 데이비드 맥키와 말콤 바르 이코노미스트는 "탈퇴 이후 즉시 영국의 성장률은 약 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이고 파운드 약세와 함께 그런 전개 상황은 나머지 EU 국가들에도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