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생산액 6000억원…1조원 규모 투자액도 날릴 판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한·중FTA(자유무역협정) 발효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약 40억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집니다. 또 올해 안에 발효가 되지 않으면 그 피해가 1년간 1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한중FTA 비준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강조한 말이다.
이는 한중 FTA 발효시 제조업 1년차 수출증가 예상액 13억5000만달러를 근거로 계산한 것이다. 이 같은 호소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말 여야 합의로 3개 FTA 비준안이 처리됐다.
◆ 한중FTA 무역수지 증가액보다 많아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을 발표해 철수작업이 시작된 11일 입경한 개성공단 화물차들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남측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그런데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언급하면서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이 약 5억달러 수준으로 우리나라 연간 GDP의 0.04% 규모"라며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의 생산액은 124개 중소·중견기업의 매출임을 감안할 때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특히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한중FTA 체결효과와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시점을 세 달 전으로 돌려보자.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했던 방식대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손해액을 계산해 보면 연간 약 6000억원, 하루에 약 16억원 이상 손해 보는 셈이다(아래 그래프 참고).
우리나라 GDP 비중으로 계산해도 개성공단 생산액은 0.04%로서 한중FTA 체결로 인한 연간 GDP 증가액 0.096%(10년간 0.96%)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또 한중FTA 체결로 인한 연간 무역수지 증가액 4억3300만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고용 규모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근로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남측근로자 803명을 포함해 5만5566명으로 한중FTA 체결로 인한 고용규모 5만3805명보다 많다.
더구나 북한 측의 기습적인 강제추방으로 인해 정부와 기업이 투자한 1조190억원(공공 4577억원, 민간 5613억원)을 고스란히 손해 볼 처지에 놓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민간기업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개성공단이 지난 10여 년간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코리아리스크를 상쇄하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역할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무형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 자본시장 요동…유·무형 피해 확산
당장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금융자산의 가치가 폭락한 상황이 이를 대변해 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성공단 철수로 인한 피해를 그저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개성공단 생산규모와 북측 근로자 수(자료: 통일부, 단위: 만달러, 명) |
당장 야당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무책임한 태도를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우선'을 외쳤지만, 지금 개성공단 124개 업체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당장은 강력해 보이지만 시기적절한지, 우리 국민의 국익에 부합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우리 경제규모 대비 현황을 제시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개성공단 투자기업의 피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충분하게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라며 "다른 구체적인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해당기업과의 상담과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