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청춘만큼 가슴 설레고 아련한 단어는 없다. 당시에는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지나고 나면 돈을 들여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소중한 시절. 그렇기에 청춘은 주제가 뭐든 영화에 자주 소환(?)되는 소재다. 도무지 접점이라고는 없을 듯한 강하늘(27)의 두 편의 신작 ‘좋아해줘’와 ‘동주’도 그렇게 만난다.
지난해 강하늘이 살아냈던 두 남자의 청춘이 오는 17일과 18일 연달아 베일을 벗는다. 스타트를 끊는 건 이미연·최지우·김주혁·유아인·이솜 등과 함께한 ‘좋아해줘’. 그 바통을 이어받는 건 신연식 감독이 쓰고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동주’다.
“촬영은 2~3개월 정도 터울이 있었어요. ‘동주’ 찍고 쉬다가 ‘좋아해줘’를 찍은 거죠. 근데 어쩌다 개봉이 이렇게 맞물리게 됐네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긍정 마인드로 즐기자 싶어요. 어차피 확정된 거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서 ‘좋아해줘’에서는 ‘좋아해줘’에 ‘동주’에서는 ‘동주’에 충실하자 싶죠(웃음). 애매한 선에 있으면 두 작품 다 사랑하는 만큼 정을 못해주니까요.”
촬영 순서대로 보면 ‘동주’가 먼저다. 언론 시사 이후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이 영화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던 청춘을 담았다. 강하늘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윤동주를 열연했다.
“사실 저 아직도 어디 가서 ‘윤동주 역할을 한 강하늘’이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너무 부담됐고 아직도 그런 기분이 남아있죠. 부담을 이겨냈다는 표현도 해본 적이 없어요. 안고 간다는 게 맞는 말이죠. 뭘 해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럴 바야 안고 가야겠다 싶어요. 제가 진짜 영화 보기 전에 떤 적이 없는데 ‘동주’ 때는 청심환 먹었다니까요(웃음).”
그렇게 강하늘은 어렵사리 윤동주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방대한 자료를 찾아 머리에 넣었고 윤동주의 삶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일본어 연기를 위해 남다른 고충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윤동주를 연기하면서 그가 가장 노력했던 부분은 정작 이렇게 더하거나 채우는 게 아니었다.
“색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영화 보고 났을 때 송몽규(박정민)가 보인다는 게 칭찬이고 제 목표를 달성한 거죠. 윤동주 시인이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 거처럼 보이게 하지 말자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제가 하고 싶었던 건 거창한 윤동주 시인이 아닌 그 시대를 산 젊은 한 남자의 감정, 질투심이나 열등감,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보여주는 거였죠.”
하루 앞서 개봉하는 ‘좋아해줘’는 앞서 언급했듯 ‘동주’와 완전히 상반되는 색깔의 영화다. ‘좋아해줘’는 대책 없이 ‘좋아요’를 누르다가 진짜 좋아져버린 생애 가장 설레는 로맨스를 담은 옴니버스 로맨틱코미디. 강하늘이 연기한 인물은 모태 솔로 이수호다.
“어쩌다 보니 또 연애 숙맥 역할인데 개인적으로 바람둥이보다는 잘 어울리는 듯해요. 연애 숙맥까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여자 마음을 잘 모르고요. 물론 어렸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서 눈치가 조금 빠른 건 있어요. 그래서 여자친구의 기분이 어떻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죠. 일종의 애인에 대한 처세술이 좋은 편이랄까(웃음).”
사실 연애 숙맥에 초점을 맞춰서일 뿐, 이수호도 파고들면 만만한 캐릭터는 아니다. 극중 등장하는 여섯 명의 캐릭터 중 사연도 아픔도 가장 많기 때문. 특히 천재 작곡가임에도 불구, 노랫소리도, 남의 말도 전혀 듣지 못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그래서 주저하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설정에 포커스를 맞추진 않았어요. 로맨스 장르에도 맞지 않고 다른 커플들과 톤도 맞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영화적 허용 범위 안에서만 변화를 줬죠.”
두 편의 영화 홍보에 한창인 강하늘은 최근 새로운 작품도 들어갔다. 바로 차기작으로 확정 지은 드라마 ‘보보심경:려’ 촬영을 시작한 것.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빡빡한 일정이지만 그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는 강하늘은 정작 불안하거나 버거워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단 하나,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만큼은 분명히 설정해둔 덕이다.
“요즘 그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누군가 저를 추억했을 때 좋은 배우보다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먼저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래야 비로소 좋은 연기자도 될 수 있겠다 싶죠.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좋은 배우는 2시간을 빛낼 수 있지만, 좋은 사람이 되면 24시간을 빛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 좋은 사람, 나의 올곧음은 가지고 있되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아는, 융화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