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밀린 가운데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중국에 이어 유럽 증시가 베어마켓으로 진입한 데 따라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팔자’가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월가에서 날로 영향력이 높아지는 시스템 트레이딩이 주가 낙폭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5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390.97포인트(2.39%) 하락한 1만5988.15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41.55포인트(2.16%) 내린 1880.29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26.59포인트(2.74%) 떨어진 4488.42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주간 기준 3주 연속 하락했고, 연초 10거래일 기준 낙폭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발부터 가파르게 떨어진 뉴욕증시는 장중 한 때 다우존스 지수가 537포인트 폭락하는 등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했다.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과매도 상태라는 진단이 꼬리를 물면서 주가 낙폭이 일정 부분 좁혀졌지만 주가 방향을 바꿀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글라스 코트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주가가 뚜렷한 과매도 상태”라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밀린 점을 감안하더라도 패닉 매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제 유가는 전날보다 6% 가까이 떨어지며 배럴당 29.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가 애널리스트의 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JJ 키넌 TD 아메리트레이드 전략가는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중국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가 악재로 버티고 있어 유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골드만 삭스는 올해 중반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가 폭락이 마침내 올해 현실적인 업계 구조조정과 수급 균형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4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됐지만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월가는 지난해 4분기뿐 아니라 올해 이익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JP모간은 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 이익이 6.7% 줄어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애널리스트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상향 조정을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씨티그룹이 집계하는 글로벌 기업 이익 전망치 수정 지수는 최근 마이너스 0.5에 근접하고 있다. 지수가 0에서 아래로 기울수록 이익 상향 조정보다 하향 조정이 많다는 의미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대표적인 쇼핑 시즌인 12월 소매판매가 전월에 비해 0.1% 감소해 3개월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12월 생산자물가도 전월에 비해 0.2% 떨어졌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물가는 1.0% 하락해 11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0.4%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2%를 웃도는 수치다.
종목별로는 이날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공개한 씨티그룹이 6% 이상 폭락했고, 웰스 파고 역시 3.5%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10년래 최대 이익을 달성했으나 매출 증가 폭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또 자산 기준으로 웰스 파고에 3위 자리를 내 준 것으로 나타나면서 ‘팔자’가 쏟아졌다.
인텔 역시 이익 부진을 악재로 9% 가까이 폭락했고,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1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따라 1% 이상 내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