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올해 말 연방기금 금리 1% 못 넘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의 폭락과 국제 유가의 11년래 최저치 곤두박질, 여기에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사방에서 불거지는 악재에 홍역을 치르는 사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과 독일 국채가 커다란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지난달 금리인상 직후 하락 압박을 받았던 미국 국채는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고조되면서 통화정책 회의 이후 내림세를 모두 회복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월가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향후 긴축 속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도 국채 가격 상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연준 정책자들은 올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올 연말 연방기금 금리가 1%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독일 국채 역시 강세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확대 결정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가 5거래일 연속 상승, 지난 12월16일 금리인상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회복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준이 9년만에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2.30% 선을 넘었으나 이날 장중 2.18%까지 밀렸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0.49%까지 밀리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는 ECB의 자산 매입 확대 결정 이전인 지난 12월3일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주가와 유가의 동반 급락과 중동 및 북한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몰아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은 데다 인플레이션 역시 저조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 종료에도 국채 가격을 끌어올렸다.
데이비드 아더 CRT 캐피탈 그룹 국채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해 정책자들의 예상보다 더욱 점진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국채시장 상승의 배경을 설명했다.
마티아스 반 더 주트 KBC 뱅크 채권 전략가는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회피 심리가 두드러진다”며 “여기에 유가 급락 역시 국채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연초 금융시장 상황이 연준의 긴축 사이클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34.37달러까지 밀리며 2004년 7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 역시 장중 4% 이상 급락하며 배러당 35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북한의 핵실험 소식에 주가가 재차 급락하면서 안전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 변동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꼬리를 물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앞으로 더욱 고조되는 한편 S&P500 지수가 1965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국채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행보에 대해 정책자들보다 강한 ‘비둘기’ 색깔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CNN머니에 따르면 월가의 투자자들은 연말 연방기금 금리가 최대 0.75%까지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을 필두로 정책자들이 연이어 시장의 관대한 전망에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금융시장 불확실성 이외에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긴축이 지극히 느린 행보로 이뤄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