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35년 ‘현대맨’…재선임 여부 주목
[뉴스핌=김기락 기자] 지난해 12월31일 퇴임한 현대자동차 김충호 사장(국내영업본부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전 사장에 대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신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사장은 1980년에 입사해 35년을 현대차그룹에서 보낸 ‘현대맨’으로, ‘리틀MK’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월31일 김 전 사장 퇴임에 따라 이원희 현대차 사장(재경본부장)을 기획·영업·마케팅·재경 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 기존 재경 업무 외에 국내영업본부 등 김 전 사장의 업무를 맡긴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 회장과 윤갑한 사장(울산공장장) 각자 대표이사 체재가 됐다. 현대·기아차 사장단은 8명에서 7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룹 관계자는 “김충호 사장이 후진 양성을 위해 용퇴 결정에 따라 이원희 사장이 김 사장의 역할까지 맡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 입사한 김충호 전 사장은 35년을 현대차그룹에서 보냈다. 현대차 운영지원실장(이사), 판매사업부장,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 등을 맡아왔다. 2011년 9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에서 판매를 총괄하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김 전 사장을 다시 불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66세가 된 김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현대차 사장 승진 후 첫 사의를 밝혔지만, 정 부회장이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김 전 사장은 후배들을 위해 사의하겠다는 뜻을 정 부회장에게 서너 차례 보였으나, 정 부회장이 김 전 사장을 붙잡다가 지난해 말 사의를 수용했다. 정중히 거절해 온 수년 간의 사의를 이번에 받아들인 것이다.
그동안 정 부회장이 김 전 사장을 놓지 않은 이유는 김 전 사장의 솔직한 성격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전 사장의 포장하지도, 감추지도 못하는 성격은 곳곳에서 베어 나왔다.
단적으로,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현대차 고객 소통 프로그램인 ‘마음드림(DREAM)’ 행사에서 최근 수입차 인기 요인에 대해 “근본적으로 우리 차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보완해야 한다”며 치부를 드러냈다. 다른 현대차 사장이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후문이다.
또 지난달 국내 출시한 제네시스 EQ900 상품성 관련,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S500을 탔는데 우리가 많이 분발해야겠다고 느꼈다”면서 “S클래스 밑으로는 어떤 차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사장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오히려 현대차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소비자 불만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국내커뮤니케이션실도 김 전 사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역시 말할 것도 없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형 아반떼 등 신차 출시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덕에 71만4121대를 국내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오른 실적이다. 기아차 대비 SUV 라인업 부족과 수입차 공세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사장단 등 임원이 사임 후, 재기용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 “대표적으로 현대차 노무담당인 윤여철 부회장은 2008년 부회장 승진 후, 2012년 사임했다가 이듬해 다시 부회장 자리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