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강하고 경험 풍부해 '근무 연장'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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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희준 기자] NH농협은행에서 기업 구조구조정 업무를 진두지휘 하는 전정식 기업개선 부장은 내년부터 '신분'이 바뀐다. 1959년생으로 임금피크제 대상인 전 부장은 올해 말로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1978년에 입사해 38년간 이어진 ‘정규직’ 타이틀은 올해로 끝이다. 하지만 '계약직'으로 곧장 재취업한다. 회사에서 기업개선부를 계속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정식 농협은행 기업개선부장(왼쪽), 신진기 우리은행 기업개선본부장(오른쪽) <사진제공=각사>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곧 전 부장과 재취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직위, 업무 모두 현재 기업개선부장 그대로다. 보통 영업실적 '전국 1~2등' 지점장이 아닌 본부 부장이 희망퇴직 이후 계약직으로 전문성을 살려 같은 일을 하는 경우는 농협 역사상 전 부장이 처음이다. 올해 말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346명에서도 그가 유일하다.
전 부장의 신분변화는 농협은행이 내년부터 도입하는 임금피크제(임피) 때문이다. 1959년생인 전 부장은 내년부터 임피에 들어가거나 올해 말에 희망퇴직을 해야 한다. 농협은행 부행장은 "임피에 들어가면 후선업무(문서관리, 지점 감사)로 빠져야 해 부장을 시킬 수 없다"며 "(전 부장은) 워낙 전문성이 있고 본인도 이 업무를 마무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기업개선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부서로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해관계가 다른 채권단의 이견을 조율하거나, 부실기업을 워크아웃으로 살릴지, 법정관리로 퇴출시킬지 결정해야 한다.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기업이 적지 않은 데다 내년 한계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부장은 지난 2년간 기업개선부를 이끌었다. 은행 최초로 STX다롄조선의 부실채권 450만 달러 회수, 경기도 화성 기산동 사업장 등 수익성 있는 PF사업장의 정상화, 엔지니어링업체 삼안의 4년 만의 워크아웃 졸업 등이 성과다. 전 부장은 "조직이 저를 필요로 하고 연봉이 줄긴 하지만 계약직이 임피보다는 낫다"며 "책임감 있게 일 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전문가의 재취업’은 사실 신진기 우리은행 기업개선본부장이 원조다. 1956년생인 그는 2013년 3월부터 전문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전 부장처럼 임피 대상이었기에 퇴사 후 재취업했다. 1988년부터 구조조정을 담당해온 구조조정 역사의 산증인이다. 신 본부장은 "퇴직 후 전문계약직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는 PB, 부동산, 회계 쪽에도 있다"고 했다.
임피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고령 인력을 활용한다는 임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임피를 하면서 대상자를 (후선업무 담당) 늙은이로 취급하면 비슷한 사례(퇴직 후 재취업)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장기간의 고객관계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의 발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