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조선 최고 명포수로 이름을 떨치던 천만덕(최민식)은 우연한 사고로 더이상 총을 들지 않는다. 그날 이후 만덕은 지리산 오두막에서 늦둥이 아들 석(성유빈)을 보살피며 살아간다. 하지만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인 지리산 대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일본군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석을 이용한다.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 옛말을 영화 ‘대호’가 보란 듯이 증명했다. 걱정과 의심 속에 쌓여있던 김대호 씨를 통해서. 지난 8일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대호’ 속 호랑이 대호는 기대 이상이었다. 가히 14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의 주인공다웠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실패한 수많은 영화와 같은 길은 절대 갈 수 없는, 완성도 높은 퀼리티였다. 모양새와 움직임 모두 그럴듯했다.
그야말로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실로 제작진의 노력은 영화 곳곳에서 느껴진다. 앞서 이들은 후반 작업 업체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와 함께 ‘라이프 오브 파이’ 측에 조언을 구하고 각종 자료를 비교해 보는 것은 물론, 실물 크기 모형을 만들고 호랑이의 식습관, 행동, 버릇을 모두 관찰했다. 또 포수 역을 맡았던 곽진선 배우를 모션 액터로 재캐스팅,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스토리는 뻔하지만 단단하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건 일제강점기 해수구제 정책을 배경으로 끌고 왔다고 해서 단순 항일 영화는 아니라는 거다. 영화는 산군, 일본군, 포수 등 얽히고 얽힌 여러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사람을 말한다. 동시에 운명을 받아들이는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인 이들을 보듬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를 가장 인상적이면서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은 엔딩신인데 가히 압권이다.
다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심심하고 느릿하게 전해진다는 데 있다. ‘지리산 산군을 쫓는 이들의 이야기’지만 극적 긴박감이나 속도감이 없다. 우려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스피디함을 추구하는 요즘 관객에게 천천히 흘러가는 139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잔잔함을 견디고 그 속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 더없이 풍성할 시간이다.
대호를 받쳐주는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먼저 지난해 우리에게 애국심을 일깨워줬던 이순신 장군, 최민식은 여전히 강렬하다. 그는 무게감 있는 안정적인 연기로 대호와 맞붙고 대호를 품는다. 최민식의 아들로 나오는 성유빈도 제법이다. 성유빈은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소소한 재미까지 끌어낸다. 가능성 있는 아역배우의 발견이다. 정만식, 김상호, 정석원, 오스기 렌의 인상적인 연기야 말할 것도 없다.
이 훌륭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는 자연이라는 무대는 관객이 가져갈 수 있는 보너스 트랙이다. 지리산과 설악산, 완도, 남원, 제천, 대관령의 화려한 풍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는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