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원화환율이 G2(미국·중국) 리스크에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리스크가 커질 경우 환율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외환당국의 적절한 개입과 더불어 중기적으로 불황형 흑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약세를 보이던 원화가 최근 급격히 절상된 것은 G2리스크가 일시에 잦아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미국 금리인상을 전후로 다시 달러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의 흐름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리스크가 커질 경우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자본유출입은 미국 연준의 정책 스탠스에 큰 영향을 받았다.이 가운데 중국발 경기리스크로 신흥국 통화 약세가 심화됐다.
그러나 이후 달러 강세를 이끌던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되면서 주요 통화 흐름은 크게 반전된 상황이다. 지난 4월말 이후 달러 대비 12% 하락했던 인도네시아 루피화 가치는 10월 들어 8.7% 절상됐고 원화 역시 11% 절하됐던 것이 7.2% 강세로 급격하게 되돌려졌다.
최 연구원은 "통화가치가 크게 출렁인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체로는 이미 취약 신흥국으로 분류되었던 국가들이거나, 혹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경제 구조적 문제가 불거진 국가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외환건전성 등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원자재 수입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원화의 변동폭이 큰 것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원화에 신흥국 통화 패턴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유는 연관성이 큰 중국의 불안요인이 부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요인의 영향이 커질 경우, 선·후진국 여부나 기존 건전성 지표의 차이보다는 중국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통화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그 과정에서 원화는 다시 여타 아시아 통화와 동조화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과거와 같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원화를 이용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며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원화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외 정책적으로 금리 동결이 원화 강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외환정책상 원화가 절상될 때는 절하될 때와 달리 개입에 대한 대외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G2리스크가 잦아들었으나, 미국발 통화긴축 압력과 중국 성장세 저하가 일시적 요인이 아닌만큼 향후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약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최근 일련의 상황을 통해 보면 원화는 불안국면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신흥국 통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앞으로도 중국이 글로벌 불안의 한 축인 이상 우리나라가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최근의 급격한 원화 강세도 이전의 약세와 마찬가지로 오버슈팅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국 금리인상 및 중국 불안 재연 가능성을 감안할 때 원화 역시 다시 약세 흐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G2리스크 중 중국 리스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예상됐다. 불안이 촉발될 수 있는 수많은 취약한 고리가 있는데다, 경제 펀더멘털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이에 따라 한국의 경기가 크게 고꾸라질 가능성은 낮지만 투자 위축 등 경기에 부담이 될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적절한 당국 개입과 중기적인 불황형 흑자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최 연구원은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라는 강세요인과 높은 대외개방도라는 약세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중국 불안의 영향이 더 커지게 되면 원화의 불안정성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기대의 쏠림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적절한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책 당국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미리 기대의 쏠림을 막는 한편, 중기적으로 불황형 흑자의 구조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