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부터 구리까지 주요 상품 가격 하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인민은행이 23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 또 한 차례 전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상품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한풀 꺾인 데다 연이은 통화정책 완화가 실물경기를 크게 개선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리 <출처=블룸버그통신> |
중국의 부양책 소식에도 내림세를 보인 유가는 굴착장비 가동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 하락했다.
브렌트유 역시 장 초반 배럴당 47.64달러로 43센트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중국의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낙폭을 오히려 확대했다.
금속 상품도 약세 흐름을 보였다. 구리 가격이 1% 내렸고, 알루미늄 역시 0.5% 떨어졌다. 철광석이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로 밀리는 등 이번 중국의 부양책은 원자재 시장의 반전을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이번 금리인하를 거시경제에 대한 정책자들의 우려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단순히 선진국에 비해 중국이 금리인하 여지를 확보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티시스의 트린 응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GDP 성장률 부진이 인민은행의 금리인하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부터 투자까지 중국의 경제 지표가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의 축을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에서 민간 소비로 이전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 성장률이 6.5% 혹은 심지어 6.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누미스 증권의 매트 해슨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18기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실제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경우 원자재 시장이 크게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인민은행의 금리인하에도 경계감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원자재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은 흐리다. 중국의 의미 있는 경기 반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내림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ANZ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상품 가격의 4분기 반등은 점차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철광석과 철강 등 주요 원자재 업계가 비용 감축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수급 불균형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철광석 재고 물량은 8400만톤으로 지난 6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