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인간극장’은 19~23일 오전 7시50분 ‘사랑해 쪽’ 편을 방송한다. <사진=KBS 제공> |
이번 주 ‘인간극장’은 5대째 흘러온 위대한 유산, 쪽빛 빚는 부부와 육남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흔아홉 구비를 돌고 돌아 흐르는 영산강은 나주에 닿아 바다로 흘러간다. 물굽이가 많을수록 범람이 잦아 나주 지역에서는 벼농사보다는 물을 이겨낼 수 있는 쪽 재배를 많이 했다.
나주 문평면의 명하마을 사람들도 쪽 농사를 지었지만, 전쟁이 나고 손쉬운 염색법이 들어오면서 이 지역의 쪽 염색은 명맥이 끊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마을에는 가을이면 보랏빛 쪽꽃이 피어나고, 그곳에는 부지런히 쪽을 거두는 농부 윤대중(52) 씨가 있다.
벌써 5대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대(代)부터 이어져온 가업, 쪽 염색. 이슬이 마르기 전 새벽부터 쪽을 거두고, 행여 잎이 상할까 일일이 낫으로 베는 수고로움, 발효의 지난한 기다림을 견뎌내고 색을 빚어내는 일. 고집스럽게 지켜온 쪽빛은 선친 윤병운 선생에게서 배웠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115호 염색장 윤병운’, 대중 씨의 아버지다. 평생을 염색장이로 사시다 팔순이 넘어 인간문화재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늘 푸르다 못해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던 아버지의 손. 그것을 보고 자란 대중 씨의 손 역시 쪽물에 갈라지다 못해 지문조차 없다. 푸르게 물든 그의 손을, 이제는 열 살 아들 판각이가 닮고 싶다 말한다. 벌써부터 “쪽 염색 6대(代)”를 자처하는 아들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염색장이로만 살고 싶은 대중 씨, 그의 곁에는 시아버지에게 염색을 배운 아내 최경자(47) 씨가 있다. 19년 전, 휴가를 보내러 고향 나주에 내려온 스물일곱 아가씨는 쪽 농사를 짓던 서른둘 남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한 달 만에 양가 어른들의 허락을 받고 염색집 막내며느리가 됐다.
쪽밖에 모르는 남자를 사랑해 쪽까지 사랑한 여자, 경자 씨는 시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쪽을 배웠다.
그렇게 스승으로 모시던 시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나로 인해 100명만 먹고 살았으면” 말씀하셨다. 그 유지(遺志)를 이루기 위해 남편은 오늘도 염색을 하고, 아내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의 일자리를 챙기고 10월이면 마을 쪽 축제를 연다.
쪽을 사랑한 부부에게는 쪽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 다섯 살만 되면 염색을 한다는 아이들, 종아(18), 은지(17), 은빈(14), 은서(12), 판각(10), 은나(8). 태어나 보니 할아버지는 염색 장인, 쪽을 사랑하는 엄마아빠. 가르치고 되묻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쪽빛은 가장 친근한 색이다.
체험객이 오면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훌륭한 보조가 된다. 쪽은 정성스런 농사가 기본.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은데, 열 살 판각이는 6대 쪽 염색은 자기라 인생길을 일찌감치 정했다. 그런 아들을 위해 대중 씨와 경자 씨는 발효실에 정성스레 촛불을 켠다.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 7시50분에 방송된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