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좋지만 소송전으로 이미지 쇄신 빛 바래
[뉴스핌=함지현 기자] 정부 주도의 소비촉진책인 블랙프라이데이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롯데그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롯데는 표면적으로 백화점 기준 매출 신장율이 20%를 넘기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협력을 요청했던 속내를 감안하면 행사 막판 터져나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소송전'이 성공을 반감시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적극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것은 면세점 재특허를 앞두고 기업의 이미지 쇄신을 이뤄내고 정부에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막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소송전에 끌어들이면서 이미지 쇄신 측면에서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좌)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우) <사진=김학선·이형석 기자> |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세일에 참여하고 있던 브랜드의 수와 세일율을 확대하는가 하면 추가세일 브랜드를 확대했다. 또 백화점이 마진을 받지 않고 그만큼 가격을 낮춰 협력사 부담은 줄이고 소비자에게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노마진(No-margin) 상품전도 기획했다.
그 결과 롯데백화점은 기존점 기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2.1% 신장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이번 행사에 발벗고 나선 것은 마진이나 매출 신장만이 중요했던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얻으려 했던 것은 그동안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실추된 롯데의 이미지 회복이라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에게 이미지 쇄신이 중요한 이유는 롯데면세점 재특허를 앞두고 있어서다. 정부가 주도하고 특허심사위원들이 판단하는 특허 평가에 기업의 '이미지' 항목은 들어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각계각층의 반감이 심하다면 평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자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신동빈 회장이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이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이같은 노력도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소송전'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소송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년이 걸릴 수 있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문제는 누가 이기고 지냐를 떠나 면세점 재특허를 앞두고 이미지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소송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남아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관세청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인 실사와 프레젠테이션 등의 과정을 거쳐 이달 말이나 11월초 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동빈 회장이 의지를 갖고 잘 해보려 하는데 형이 발목을 잡는 듯이 보여서 안타깝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소송건 및 면세점 특허와 관련, "흔들리지 않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만큼 직접 나서 비전발표를 주도한 것 이외에 새로운 카드를 내세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롯데그룹측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해 기업의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좋은 취지의 기회가 왔기 때문에 적극 참여했던 것"이라며 "매출 신장 등 성과가 난 것을 바탕으로 올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앞으로도 계속 참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