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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친숙한 고혹. 라다크의 오래 된 곰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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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고원을 지프는 달리고 달린다. 라주와 나를 빼놓고는 인적이라곤 거의 없는 자연풍광뿐이다. 외길 하나에 자연의 거친 위광이 천연의 야성을 뽐내고 있다. 
어쩌다가 사람들이 보이는데 대자연과 어우러진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 같다. 양복이나 스커트 같은 문명의 의복들은 이곳에서는 도리어 그 미감이 훼손될 것 같다. 체구와 엇비슷한 짐을 지고 하염없는 길을 가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잔잔한 두 여인의 수수한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 놓치기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시간이란 것은 그 모든 미추나 부와 권력의 부침을 담았다가 놓으며 흘러가는 것. 시간 속을 달리는 지프에 몸을 맡긴채 눈 앞에 흐르는 대자연에 취하다 보니 멀리에 빼어난 건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마유루 곰파지요.” 라주가 말했다.
“아. 저게 그 유명한..”
“네. 이 곰파는 라다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곰파입니다. 범죄자도 이곳에 들어오면 보호를 받는다고 하지요.”
11 세기 경의 고승 나로파 성자의 수행지로도 유명한 곰파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는 기분은 라다크 여행의 또하나의 별미였다. 지프에서 내려서 걷는 길엔 이곳이 워낙 고산지역이라 숨이 조금 가빴지만 풍경은 너무도 절묘해 마치 화성에 와있는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입구에서 동자승이 반겨준다. 표정과 미소가 너무도 천진하고 맑으며 먼 산을 배경으로 티끌 한 점없이 빛난다. 라주는 남아 쉬고 나는 그를 따라 걸었다.
부엌이 눈에 띄길래 들어섰다. 거기에도 동자승들이 모여 있었다. 열살 안팎 되어 보이는 남자 동자승들이 군불을 때며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있었다. 얼굴들이 역시 하나같이 뽀얗게 귀엽고 눈빛이 맑았다. 팥죽색의 승복 차림으로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해맑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으며 나를 안내하던 동자승을 따라 곰파의 내부로 향했다. 붉은색, 갈색, 보라색의 천들이 천장에서부터 풀어헤쳐지고 청수를 담은 녹그릇들이 신단에 열을 지어 배치되어 있었다. 불이 켜진 하얀 초들이 가득 늘어서 있어 오랜 신비와 영성을 담은 듯 그윽하고 적요해 보였다. 신상들도 많았는데 동자승이 그 이름 하나하나를 알려주었다. 성스런 정기에 감응되어 가는 동안 어디선가 기묘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동자승을 재촉해 소리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스님 두 분이 괴상한 모양의 악기들을 연주하며 경을 외고 있었다.
“라마교의 악기예요.”
동자승에게 눈을 찔금 하니 알려주었다. 큰북과 심벌즈 비슷하긴 하지만 또다른 악기들로 정말로 가슴 속을 녹일 정도로 진한 울림과 떨림을 전해주고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며 스님들은 무릎에 놓은 경전을 따라 경을 외고 있었다. 그 소리가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스님들이 외는 경보다 대여섯배는 빠른 듯했다. 처음엔 경박한듯도 해서 웃음마저 나올뻔했다. 몸채는 좋은 분들이 나비가 날라가는 듯 빨리 외우는 모습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그 모든 편견을 부순 곳에 그들의 경은 경미한 노랫가락처럼, 천상으로 날아가고 싶은 영혼의 날개짓처럼 이 짙은 선율의 공간 속에 고혹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아주 낯설었는데 어느 순간 낯설지 않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숙해져 있었다.
왜 이토록 익숙하고 친근할까. 절이나 교회, 힌두 사원이나 모스크 안에 있을 때보다 이곳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티벳으로 훌쩍 날아가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소나마르그에서 마냥 바라본 티벳 풍의 풍경, 곰파 안의 다채로운 이미지의 불상들, 성황당의 깃발처럼 눈에 익은 묽은 물감의 삼색기, 만다라, 파란 창공...티벳엔 뭔가가 있다. 아니 물벡 너머의 이곳 동부 라다크엔 뭔가가 있다. 불교에서는 뭔가가 삭제된 느낌이 드는데, 그것의 충만한 원형질이 라마교에서 발견된다. 힌두이즘의 징그러운 억지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곰파 안의 다양한 색상과 형상의 불상들. 오랜 세월에 절어 고혹한 윤기가 도는 문양들과 불경들. 오묘한 입체 균형 속에 삼라만상의 묘법을 박아놓은 만다라. 그것들은 영적인 기운이 짙게 배어 있듯 그러한 기운과의 교감 속에 신묘하게 창출된 작품이란 느낌이 든다. 문명과 고립된 고원의 대지에 마음에 쏙 드는 종교 하나가 숨쉬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서자 노인이 베를 짜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나 수수한 모습 역시 천진하기 그지 없는 동자승과 진배없어 보였다. 이곳에선 사람들을 늙게는 하지만 낡게는 하지 않는 것 같다. 늙으면서 낡아가는 사람들이 무성한 문명 속에 살다보니 그런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 단단한 편견을 또한 단숨에 깨주는 곳에 나는 지금 서 있는 것이다. 고아하게 짜아지는 베와 그 베처럼 단아한 노인의 수수한 얼굴 너머에 지금 내가 막 빠져나온 고혹한 향기의 곰파와 천연미로만 빛나는 산지가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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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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