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인프라 프로젝트 전면 중단 등 충격 일파만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 스캔들이 인구 12만명의 도시 볼프스부르크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지난 1938년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발전한 독일 동북부 니더작센 주의 볼프스부르크는 독일 명차의 상승 가도에 편승해 호황을 누렸으나 이번 스캔들로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폴크스바겐<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와 함께 모든 신규 인프라 프로젝트의 진행이 전면 중단됐다. 여기에는 7000만유로(7840만달러) 규모의 문화 센터 및 소방서 신규 건축이 포함됐다.
시민들은 때 아닌 불경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 출신의 앙겔리카 얀스 기민당 의원은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경기 후퇴가 이어질 것”이라며 “과거에도 수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신뢰의 문제인 만큼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1978년부터 폭스바겐의 생산직에서 일해 온 랄프 뮬리히는 “이 기업은 이 도시의 심장부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 직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민들이 어떤 말도 입에 올리기 꺼려 한다”고 전했다.
이 도시의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마티아스 만은 “직장을 잃게 될까 봐 두렵다”며 “폭스바겐은 삶의 터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위기로 인해 자동차 산업 거점인 디트로이트가 하강 기류를 탔을 때도 볼프스부르크는 건재했다.
자동차 업계로부터 걷어들이는 세수에 기대 도시 측은 각종 문화 센터와 아트 박문관, 미래과학센터를 건립했고, 이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점과 쇼핑몰 등 관련 업종으로 호황이 확산됐다.
연비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스캔들은 폭스바겐뿐 아니라 도시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얘기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는 폭스부르크 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 경제의 견인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 및 부품 업체들이 독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또 관련 업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폭스바겐의 스캔들로 인해 독일 경제의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 일자리의 7개 가운데 1개 꼴로 자동차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고, 대규모 리콜 사태와 이에 따른 타격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베를린 소재 독일경제연구소의 마틴 고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인 재정 타격보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이번 사태가 ‘메이드 인 독일’ 브랜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며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