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성 ‘공감’…시기는 "곧" vs "시장이 환영할 때“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과 관련, 양사 최고경영자(CEO) 입장에 온도차가 나타났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모두 당위성에는 공감했지만 재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16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 이후 국내 취재진에게 “지난해 주가가 뒷받침되지 않아 합병이 성사되지 못했으나 재추진해야 한다”며 “합병에 대한 당위성은 지난해에도 설명을 드렸다”고 밝혔다.
앞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지난 15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조선해양의 날’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양사가 한 몸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우리가 극도로 필요한 게 엔지니어링 역량이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제조능력이 필요해 둘이 합치면 시너지는 많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 CEO가 합병의 당위성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표명한 것. 양사는 지난 4월 한국거래소의 합병 재추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으나 CEO들의 발언으로 재추진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
다만, 재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박대영 사장이 “곧”이라고 언급한 반면, 박중흠 사장은 “시장이 환영할 때”라고 말해 온도차를 나타냈다.
박대영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일한지 38년이 됐기에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뭐라도 삼성중공업에 도움 되는 일을 해 놓고 나가고 싶다”고도 말했다. 박대영 사장은 내년 3월로 등기임원 임기가 끝난다.
반면, 박중흠 사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아야 하기에 여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중흠 사장의 등기임원 임기 만료일은 내년 9월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 합병을 추진했지만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사 줄 것을 회사에 요청하는 제도다. 합병 후 주식가치 하락이 예상될 때 행사되는 경우가 많다.
당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낮게 형성됐고 주주들의 요청이 1조6000억원 규모로 쇄도했다. 양사 예상치보다 4배 이상 웃돌았다. 자금 부담을 느낀 양사는 합병을 포기했다.
16일 현재 양사의 주가는 지난해 합병 당시보다 오히려 더 떨어져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종가 기준 3만3150원, 삼성중공업은 1만3350원으로 지난해 합병 당시 제시된 주식매수청구가격 대비 절반 수준이다.
관련업계는 주가 흐름보다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통과 여부와 삼성그룹 차원의 판단이 양사 합병 시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원샷법에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매수청권을 요청할 수 있는 기간을 종전 주주총회 후 20일에서 10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간 단축을 통해 과도한 행사에 제동을 걸어 합병을 원활하게 지원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원샷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 기업들의 사업 구조개편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관련 시행령 초안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원샷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