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경기 둔화 반사 이익"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중국의 경기 둔화와 당국의 시원찮은 개입 효과에 미국 증시가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의 성장 브레이크는 미국에 여러모로 득이 된다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지난 8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경기 둔화가 결국에는 미국 경제에 호재가 된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이 주장을 소개했다.
우선 경기 둔화로 중국 수요가 부진해지면 구리나 원유, 철강 등의 상품가격이 약세를 보이게 되고 이는 자동차나 가전 등 기타 소비재의 가격 약세로 이어져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투자 수익이 줄면서 대형 중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마찬가지로 미국서 교육을 받은 중국 인재들이 중국행 대신 미국 잔류를 택할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성장 둔화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되는 시점도 2030년까지 연기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가 경제 방향을 주도하는 '중국식 발전 모델'에도 힘이 덜 실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반면 성장은 기업 혁신과 생각의 자유, 최소한의 정부 개입에 달려 있다는 미국식 성장 모델은 더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문장을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중국 경제가 난항을 겪으면서 양자 협상이나 다자 협상 등에서 힘의 균형이 미묘하게 미국 쪽으로 기울 수 있고 미국의 경기 회복은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20개국(G20) 회의나 여러 국제기구 회의에서도 미국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의 교역에 긴밀한 연관을 갖는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와는 달리 미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 아닌 점도 중국발 혼란 충격에서 미국이 안전할 수 있는 배경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이며 미국 내 중국의 직접투자는 전체 해외투자의 일부에 불과하다.
캐피탈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폴 애쉬워스는 "중국이 지도에서 사라져도 미국 GDP 성장은 1%포인트가 줄어드는 정도의 영향만을 받을 것"이라며 "이는 침체로도 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시장 혼란을 계기로 중국 당국이 경제 개혁을 더 강력히 추진해 산업부문 과잉생산을 줄이고 서비스 산업에 주력하게 될 경우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당국의 허용으로 중국서 영업 기반을 다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소비 경제로 전환되면 도시 유입 인구는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사회안전망도 강화돼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미국 은행이나 보험업계, 헬스케어업체, 인터넷 기업 등의 중국 내 영업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개혁을 무시하고 수출 산업 성장에 또 한번 기대를 건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크게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이다.
캘리포니아대학 이코노미스트 고든 핸슨은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수출을 더 확대할 여지도 많이 없다"며 "미국은 중국의 거대 수출 산업으로부터의 충격을 이미 흡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WSJ는 중국이 경기 둔화를 계기로 군사대국 야욕을 더 드러낼 수도 있지만 국방에 돈을 푸는 만큼 성장 속도는 더뎌지기 때문에 이 역시 미국에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