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 <사진=아이윌 미디어> |
지난 2월 26일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됐다. 이제는 불륜을 저질러도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게 됐다. 예전 같으면 형을 살았지만 지금은 간단하게 벌금으로 끝날 수 있다. 불륜은 이혼 사유가 되지만 불륜을 저지른 사람도 위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불륜은 죄가 아니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겨 파탄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논란이 된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불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와 지난 6월 막을 올린 MBC ‘위대한 조강지처’는 ‘불륜을 조장하는 드라마’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애인있어요’는 방송 후 거듭된 불륜이 보기 불편하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더러운 주제를 아름답게 그려봐야 더럽다. 이 시청자들을 최소한의 설득을 위한 노력도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청자는 “불륜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하냐? 그냥 욕망의 절제가 안 된 것일 뿐인데. 그걸 합리화하는 거지”라고 의견을 나타냈다.
다른 네티즌은 ‘애인있어요’가 불륜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시청자는 “이런 드라마 너무 싫다. 분명 현실에 이런 일이 너무 많지만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네. 결론을 해서는 안되는 나쁜 일인 건 분명”이라며 “이런 거 보고 혹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걱정이다. 불륜을 일으키는 사람이 결국 어떻게 파멸하는지도 자세히 보여주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자극적인 불륜 소재가 드라마에 쓰이고 있음에도 ‘애인있어요’는 시청률에서 큰 두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총 50부작 중 초반이기 때문에 ‘실패’라고 섣부르게 단정할 수 없지만 부진한 스타트다. 동시간대 방송 중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꼴찌다. 첫방송에서 6.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이후 5%대에서 변동이 없다. 4회는 3.9%까지 하락했다.
사정은 ‘위대한 조강지처’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한 아파트에서 우연히 만난 세 여고 동창생이 결혼 생활의 위기와 남편의 불륜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좌충우돌 에피소드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지만 남편의 외도라는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동시간대 꼴찌다.
`애인있어요`에서 김현주를 두고 박한별과 사랑에 빠진 지진희 <사진=SBS `애인있어요` 방송캡처> |
하지만 불륜 소재가 무조건 드라마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작품으로서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끝난 JTBC ‘사랑하는 은동아’는 불륜을 사랑으로 잘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 이유는 주인공 은동(김사랑)과 지은호(주진모)가 은동의 남편인 최재호(김태훈)가 싫다는 은동을 차에 태워 가다 교통사고를 냈고 결국 은동은 기억 상실증에 걸리고 이 사실을 모르는 지은호는 20년을 넘게 헤어지게 됐다. 그러나 계속해서 끌리는 은동과 은호의 사랑은 불륜이 아닌 재호의 집착이 만든 이별로 충분히 포장됐다.
JTBC ‘밀회’도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밀회’는 20세 차이 로맨스만으로 시청자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비현실적인 사랑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회’는 20세 차이가 나는 남녀의 사랑과 교감을 예술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겉으로는 불륜 이야기지만 드라마의 주제는 주인공 오혜원(김희애)의 참회였다. 상류층에 진입하려던 그가 순수한 청년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느낀 점이었다. 결국은 청년과의 사랑은 혜원의 일부분이었던 것으로 막을 내리며 ‘밀회’는 최고 시청률 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했다.
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불륜 드라마도 있다. 바로 SBS ‘유혹’과 tvN ‘일리있는 사랑’이다. ‘유혹’은 한류스타 최지우, 권상우의 조합만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차석훈(권상우), 나홍주(박하선)의 맞바람이 충격을 안겼고 인물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았다는 시청자의 평이 주를 이뤘다. ‘일리있는 사랑’ 또한 ‘불륜의 끝’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평을 얻으며 시청률은 1%(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를 웃도는데 그쳤다. 마니아들은 있었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얻지 못했다.
불륜 소재가 쓰였던 드라마 `유혹` `밀회` `사랑하는 은동아` `위대한 조강지처` <사진=SBS, JTBC, MBC> |
방송에 앞서 ‘애인있어요’ 연출을 맡은 최문석PD는 ‘애인있어요’가 ‘불륜’이 아닌 ‘사랑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중에서도 “어른들의 사랑을 담고 있다”며 “‘애인’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않냐”고 설명했다.
지진희는 “진언은 극중에서 가장 순수한 캐릭터”라며 “해강과 이별하고 설리를 사랑하는 이유는 예전의 해강과 그렸던 순수한 사랑을 다시 하게 돼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설리 또한 해강처럼 속물처럼 변하기 때문이 진언이 돌아서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을 잃고 다시 만난 해강은 예전처럼 순수해진다. 그래서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시청자를 대변하기도 하고 시청자와 공감한다. 그만큼 매체가 시청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의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지나친 경쟁 구도로 계속해서 자극적인 소재만 이용하다보면 언젠가는 시청자들의 외면받을 수 있도 있다.
‘애인있어요’ 측이 말했듯 그들이 말하려는 ‘진정한 사랑’을 50부 안에 잘 녹여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애인있어요’는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 방송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