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 가능성 기대…사파이어테크,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
[뉴스핌=고종민 기자] KT(KT캐피탈)와 두산그룹(네오플럭스)이 출자한 사모펀드가 이자 손해를 감내하면서까지 중소형 코스닥기업인 사파이어테크놀로지 전환사채(CB)를 200억원 가량 인수, 시장 눈길을 끈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가 발행한 후순위 전환사채(CB)는 일반적인 채권처럼 만기상환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도 있고, 향후 주가가 오를 경우 보통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 눈에 띄는 건 이자지급 연기, 만기 연장, 조기상환권 보장 등 회사측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옵션)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전문가들 역시 이번 CB는 보기 드문 성격의 기이한 옵션이 포함돼 있다는 반응이다.
회사 안팎의 시각을 종합해본 결과, KT와 두산 측은 사파이어테크의 구조조정 등을 통한 정상화 의지, 신공정도입으로 원가개선, 애플·중국 업체로의 사파이어 글라스 매출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파이어테크 매분기 지급 이자 미뤄도 돼
26일 금융투자업계 및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사파이어테크는 200억원 규모의 무보증 후순위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이는 케이티씨엔피그로쓰챔프2011의2호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KTCNP그로쓰PEF)가 전액 인수한다.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선 이번 CB에 대해 보기 드문 성격의 복잡한 옵션 채권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회사측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우선 이번 CB 만기는 중소기업 채권에선 좀처럼 찾기 어려운 만기 30년(만기일 2045년 8월 26일)짜리다. 주식 전환 청구기간이 2016년 8월26일부터 2045년 7월26일이다. 이 채권은 4년 6개월간 연복리 2%로 매분기 이자를 지급한다. 이자율은 4년 6개월 이후부터 만기시까지 기본금리에 연복리 2%를 가산해 적용키로 했다.
흥미로운 점은 사파이어테크 재량에 따라 이자지급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연기에 대한 횟수 제한도 없다. 물론 이자지급이 연기되면 후순위채권자인 보통주 주주는 배당금 등을 받을 수도 없다.
회사측은 조기상환권도 보장받는다. 이번 사채 발행일로부터 4년이 되는 날(2019년 8월26일) 또는 4년 6개월이 되는 날(2020년 2월26일) 아무 제한 없이 남아있는 전환사채 전액을 상환(부분상환 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4년차 권리행사는 만기보장수익률 연복리 6%를 지급하고 4년6개월차 형사는 연복리 8%를 적용한다.
투자자인 KTCNP그로쓰PEF를 위한 옵션도 있긴 하다. 5년 후 CB를 사파이어테크 주식으로 전환시 대주주 지분을 같이 팔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일반적인 전환사채에 부여된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담았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이자 지급 여부를 사실상 회사의 의지대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콜옵션과 만기 30년, 만기 연장 등 세가지 옵션을 부여했으며 특히 회계적인 관점에서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계상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TCNP그로쓰PEF가 주주로 들어오는 입장에서 부채 상승보다 자본으로 편입되는 부분을 높이 평가해 이번 옵션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KTCNP그로쓰PEF도 풋옵션(대주주 지분 동반 매도권)을 부여 받아 상호 간 안전 장치를 마련해 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자체적인 턴어라운드 노력과 향후 사파이어 글라스 시장 전망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안다"며 "오랜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TCNP그로쓰PEF이 채권 투자보다 주주로서 주식 투자 관점으로 접근, 복합적인 옵션을 담은 CB를 발행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사파이어테크 입장에선 당장의 이자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금을 원활히 조달했다는 점, PEF 측에선 재무악화(부채 증가)를 제한하면서 주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윈윈이란 평가를 내놨다.
다만 이번 CB에 대한 회계처리를 자본으로 편입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CB를 주식으로 바꾸면 자본으로 자연스럽게 바뀌겠지만 사채인 상태일 때는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상법상 적절하기 때문.
한국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상법에서 후순위 채권은 자본으로 인식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사파이어테크놀로지의 CB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회계상 후순위 채권이며 자본으로 편입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애플 대박"…신용평가업계 "애플 의문·단가 압박"
사파이어테크의 회사채 가치와 위험도(리스크)를 따졌을 때 가장 주된 변수는 애플이다. 관련업계에선 KTCNP그로쓰PEF의 이번 CB 투자를 두고 회사측의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적자 구조 탈피 노력, 애플의 사파이어글라스의 전면 도입 가능성에 투자한 것이 아니겠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
여기서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의 사파이어테크놀러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달 애플이 사파이어글라스를 전면커버글라스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채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파이어테크놀러지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인 전면커버글라스 채택·사파이어글라스의 적용 제품 및 업체 확대·신공정 도입 등으로 실적 개선의 긍정적인 면을 주목했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도 차기 아이폰의 사파이어 커버 채택을 유력시하며 1억대당 5조원 메가 마켓의 개화에 초점을 뒀다.
반면 신용평가업계에선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이번 채권 발행 등급을 사파이어테크의 기업신용등급(ICR)인 B보다 두 단계 낮춘 CCC+(NICE신용평가)로 책정했다. 채무변제상 후순위 우선주인 데다 부진한 산업 업황·취약한 현금흐름·재무위험의 높은 변동성 등이 이유다.
특히 앞으로 전망의 핵심 열쇠인 애플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신평사 관계자는 "지난해 GTAT 파산으로 인해 애플향 사파이어 공급망 구축이 독점공급 구도에서 한국, 중국, 대만 등 기존 업체를 중심으로 다변화되는 가운데 사파이어업체들의 증설과 애플 측의 단가인하 압력(CR)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과 재무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KTCNP그로쓰PEF는 신성장 동력 산업분야에 주력으로 투자하기 위해 2011년 10월 1800억 원 규모로 조성됐으며 KT캐피탈과 네오플럭스가 공동 운용을 맡고 있다. 앵커 유한책임출자자(LP)는 산업은행(전 정책금융공사)이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