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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창작오페라 '청VS뺑' 작곡가 최현석 "서양음악 들으며 국악 떠올릴 것"

기사입력 : 2015년08월21일 10:04

최종수정 : 2015년08월21일 14:56

 

[뉴스핌=글 박지선 인턴기자] “해외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퍼진 세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묘덕을 만나다' '어머니의 무릎' '선구자, 도산 안창호' '두 개의 시선' 등 다수의 뮤지컬과 창작오페라를 작곡한 최현석(51)이 오는 28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중랑구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청VS뺑’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고전 '심청전'을 모티브로 했다. 작곡과 대본을 담당한 최현석 작곡가는 제목도 독특한 '청VS뺑'이 기존 오페라와 달리 속도감과 반전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어요. 다른 판소리도 있지만 ‘심청전’은 현대 사회에 팽배한 세대 갈등에 계몽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았죠. 극은 2011년도에 완성됐는데 올해 대본을 수정하면서 ‘심청’에서 ‘청VS뺑’으로 제목을 바꿨어요.”

판소리 ‘심청가’는 효심이 지극한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를 위해 인당수에 빠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청VS뺑’에서는 공양미를 가로채 돈을 벌고자 하는 막걸리 사기꾼과 그와 손잡은 '불량 심청이‘, 지고지순한 현모양처 '뺑덕'이 등장한다.

“원작이 너무 유명하다 보니 같은 내용을 답습하는 것으론 감동을 주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물에 변화를 주고 그것을 극의 반전요소로 만들었죠. 또 뻔한 작품이 되지 않도록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유명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나 ‘토스카’는 모두가 내용을 알지만 백 년 넘게 상영하잖아요? 이 작품들은 음악이 주는 감동이 있어요. 좋은 오페라라면 시각적인 부분에 의존하지 않고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좋은 작품에 대한 고민과 자신만의 음악 철학을 이야기하던 최현석 작곡가는 이번 작품 역시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감동을 주기 위해 음악부터 극 구성까지 꼼꼼히 검토했다고 했다. 또 판소리를 오페라로 재해석하는 작품인 만큼 편곡 때 고심했던 부분까지 솔직히 털어놨다.

“‘판소리의 특징을 이용하지만 서양 음악의 느낌은 가져간다’는 기조로 작업했어요. 판소리는 단선율이고 고수가 북으로 장단을 만드는 특징이 있는데 이 장단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만들고, 단선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화성을 촘촘히 쌓아 풍성하게 연출했죠. 국악기를 써도 되지만 서양 음악을 듣고 있어도 국악이 떠오르게 하고 싶었어요. 또 공연을 하는 중랑구민회관에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어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일렉톤을 사용했죠.”

과거 ‘워커힐 쇼’ 무대 감독으로 지내며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방법을 배웠다는 최현석 작곡가. 그는 무대 전환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오페라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고심했다고 밝혔다.

“악보에 무대 전환 시점이나 연출 사항을 꼼꼼히 기록하는 편이에요. 연출가나 무대 감독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경 쓰죠. 관객이 극에 끝까지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여러 단계의 반전을 집어넣었어요. 막걸리 사기꾼과 결탁해서 심봉사에게 가짜 굿을 하는 장면이나 남경장사들이 망가진 배를 보며 논의하는 부분처럼요. 또 코믹한 장면과 인당수, 강강수월래, 소원을 비는 장면같이 정적인 부분을 적절하게 배치해 리듬감을 잃지 않도록 했어요.” 

활발한 창작활동과 더불어 대학에서 작곡가를 꿈꾸는 청년들과 만나고 있는 최현석 작곡가에게 미래의 창작 오페라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다수의 작품을 만들어온 그에게 한국 창작 오페라의 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정부·지자체에서 오페라 제작에 관심을 보이면서 예전보다 많은 사람이 오페라에 뛰어들고 있어요. 저도 경주시와 함께 한 오페라 ‘죽지랑’을 공연하고요. 그러나 지역에 맞는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작곡가 개인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하기는 아직 힘든 게 현실이죠. 또 오페라 한 작품당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원이 한정적인 것이 안타까워요. 근래 뮤지컬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오페라 역시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대중성만 갖춰 너무 가볍거나, 너무 예술성이 뛰어나 아무도 모르는 그런 작품 대신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 것들이 많이 등장해야죠.”

하반기에만 ‘청VS뺑’을 포함한 세 작품의 공연이 예정된 최현석 작곡가는 앞으로도 계속 창작오페라를 만들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한 해가 지나갈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했다.

“작곡은 나이들 수록 좋아요. 저는 나이 드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평생 흰머리를 검게 염색할 일은 없을 겁니다(웃음). 굳이 세월을 감추고 싶지 않거든요. 나이들 수록 시야가 넓어지는데 오페라는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흐르는 세월만큼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박지선 인턴기자 [사진=뉴스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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