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속보

더보기

[중국발 환율전쟁] 뒤늦은 '참전'… 시장 '공상'이 더 위험

기사입력 : 2015년08월12일 14:10

최종수정 : 2015년08월12일 14:10

"시장의 위안화 매도 베팅, 불확실성 높인다"

[뉴스핌=김사헌 기자] 중국의 사상 최대폭 위안화 평가절하를 놓고 국제금융시장이 '발작' 증상을 나타냈다. 전 세계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에는 일제히 '환율전쟁(Currency War)'이 들어찼다.

이번 중국의 전격 평가절하 단행은 전례없는 수준에다 예상치 못한 것이기에 시장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한 상황에다 신흥국 통화가 요동치는 상황이어서 더 그랬다.

금융시장의 발작은 일회적 평가절하에 대한 반사적 대응이라기 보다는 더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진행될 것이란 우려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은 12일 추가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국발 환율전쟁'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섣부르다. 전쟁은 누가 개시했든 상대방 국가가 참전해야 성립되는 것인데, 다른 나라들이 보복 대응에 나설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평가절하 폭이 사상 최대라고 하지만, 다른 신흥국통화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브라질헤알화는 올해 들어서만 하루 만에 2% 이상 약세를 보인 적이 10차례가 넘는다.

중국의 뒤늦은 참전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 환율전쟁 구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관점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세계 1위 수출대국이란 점에서, 그 정책 의도가 어떠하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계속 용인한다면, 이에 따라 겅쟁국들의 대응 압박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 '뒤늦은 참전' 명분은

중국은 올해 7월 수출이 8.3%나 급감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펀더멘털'한 명분이 있다. 중국이 7% 정도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5% 밑으로 성장동력이 떨어져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자 파이낸셜타임스는 리서치회사 드래고노믹스(Dragonomics)를 인용, 중국기업의 생산설비투자 증가율이 작년 6.6%에서 올해 4%~5%에 그칠 정도로 낮아졌다면서. 기존 설비의 감가상가 등을 고려할 때 더이상 생산설비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게다가 앞서 다른 신흥국들은 이미 자연발생적인 '평가절하'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도 "인민은행의 고시환율 변경의 의미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논평했다. 인민은행이 스스로 이번 조치가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일회적인 조치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줄곧 강조해 온 '환율의 시장 결정과 내수 의존도 강화' 방향과 일치한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12일 대변인 성명서를 통해 "새로운 위안화 중심환율 결정 방식은 시장의 역할이 더 커지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 "중국이 2~3년 내에 효과적인 변동환율 제도를 달성할 것으로 믿는다"는 우호적인 입장까지 내놓았다.

중국은 페그 환율을 유지한 덕분에 올들어 수차례 완화 통화정책을 구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환율이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제 시장 압력에 환율 변화를 노출시킨 것은, 위안화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100년 대계를 강조하는 중국 정부가 단기간에 말바꾸기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앞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서 수출을 늘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추가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는 "선진국들이 환율전쟁을 하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책의 큰 변화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첫 공식 방미 일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정책기조의 대전환으로 불편한 상황을 만들려했을지 의문이다.

중국은 2005년 바스켓통화에 대한 괸리변동환율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미국 달러화에 대한 페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달러화가 20% 평가절상 될 때 위안화도 전 세계 주요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수출경쟁력을 잃으면서 최근 사태에 직면한 것으로 판단된다.


달러/위안 환율은 평가절하 직전에 6.21위안 수준에 거래됐다가 12일까지 연속 두 차례 평가절하 이후 6.51위안까지 6% 이상 급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는 1994년 1월 기록한 8.73위안이며, 사상 최저치 1981년 1월의 1.53위안에 비해 약 6배 상승한 것이다. 198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환율은 6.94위안 수준. <출처=트레이딩이코노믹스>
◆ 충격? "시장의 상상만큼"

위안화 평가절하가 미칠 세계경제 영향을 놓고 전문가들 셈법이 분주하다.

가장 큰 관심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개시가 지연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4년 이후 중국 위안화는 바스켓통화 대비로 10% 넘게 평가절상됐고, 이제는 '고평가' 영역에 진입햇다는 평가를 받는다. IMF가 인정한 것이다. 또한 달러화 강세가 연준의 발목을 잡기는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하가 곧 달러화의 강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연준의 긴축 개시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다만 앞으로 긴축 속도가 다소 느려질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뱅가드그룹의 로저 알리아가-디아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경제에 (위안화 절하가) 큰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TD증권의 게나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추가 달러 강세는 연준이 금리를 어디까지 올리느냐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첫 인상 시점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커져야 위안화 평가절하가 연준이 9월 금리 인상 결정을 미루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 어떤 불균형을 유발할지 모를 일이지만, 그 자체로 부정적인 충격이 클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다음으로 큰 우려는 중국이 전 세계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것 아니냐는 데 있다. 중국은 생산자물가가 40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5.4%를 기록 중이다. 선진국은 몰라도 중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나 경쟁하는 신흥국은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 한국 원화를 비롯해 호주아 뉴질랜드 달러, 대만 달러, 싱가포르 달러 등이 일제히 1% 내외 급락한 것은 이런 우려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우려는 우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가 선진국 중심으로 회복되고 신흥국 중심으로 둔화되는 것이 중국의 책임은 아니며, 위안화 일시 소폭 평가절하가 대단히 큰 충격파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추가적인 평가절하보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위안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베팅할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BMI리서치의 스튜어트 올소프 수석 국가위험분석 담당자는 "투자자들이 위안화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 베팅에 나설 경우 '시장이 환율을 결정하게 할 때' 위안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약세를 보이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가절하의 충격은 시장의 상상과 그에 따른 베팅에 따라 강화될 수 있다.

◆ 환율전쟁 잔혹사:  신흥국이 피해자

환율전쟁은 글로벌화 된 세계경제 내에서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국제 정세를 일컫는다.

이는 자국 수출 가격을 낮추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수입 부담을 늘려 이를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중상주의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이로써 내수는 물론 외수의 증대 효과를 동시에 유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출처:AP/뉴시스>
다만 통화가치 평가절하는 필수 수입제품의 비용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가계 구매력을 낮추는 부정적인 효과를 감수하는 것이다. 또한 보복 평가절하 시도가 뒤따르면서 국제 교역 자체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모두가 패자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최초의 환율전쟁은 미국이 유발했다. 미국은 1930년 대공황 이후 금 본위제를 폐기했다. 이후 주요국들은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보복 대응이 뒤따르면서 실제로 국제 교역은 위축됐다.

21세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은 또 한 번 환율'전쟁'에 돌입한다.

이 때는 직접적인 통화 평절하가 아닌 직간접적인 정책 조합으로 진행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외환당국의 시장개입과 자본통제 실시와 같은 직접적인 대응이며, 양적완화와 같은 간접적인 정책도 활용된다. 경쟁적 평가절하란 단어보다 호전적인 의미에서 '환율전쟁'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됐다.

미국 재무부는 1994년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 위안화가 대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가'에 포함시켰다. 이런 인위적인 시장개입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다.

중국은 2005년 7월 위안화의 2.1% 일회 평가절상과 함께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을 개시한다. 이 때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위안화는 대폭 평가절상되었다. 위기가 잦아드는 2010년이 되면 중국은 다시 위안화 절상을 용인했다. 결국 2015년 4월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처음으로 중국 위안화가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렸고, 또한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위안화 편입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한편, 가장 최근 환율전쟁은 일본와 유럽의 양적완화에 따라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급격한 엔화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자국의 디플레이션을 세계경제에 수출했고, 유럽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과거 환율전쟁과는 달리 이번 전쟁은 주요국이 자국 통화를 빠른 속도로 찍어내어 팽창적 통화정책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차원의 경제 부양정책 공조가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 망하는 게 좋겠냐 여러분이 참는 게 좋겠냐"는 협박 속에 진행되는 이 정책 피해자는 다시 신흥국이 될 모양이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버핏, 하락장에 옥시덴털 등 주식 더 샀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번 주 뉴욕증시 하락 장세 속에서 그동안 꾸준히 매수해 온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지분을 추가 매수했다.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버크셔는 890만 주의 옥시덴털 지분을 4억500만 달러(약 5860억 원)에 매수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지난 17일과 18일, 19일에 걸쳐 이뤄졌다. 이번 매수로 버크셔가 보유한 옥시덴털의 지분은 28%로 확대했다. 버핏 회장은 하락장에 주식을 저렴하게 산 것으로 보인다. 옥시덴털의 주가는 이번 달 들어 10% 하락해 연초 이후 24%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전날 옥시덴털의 주가는 52주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사진=블룸버그] 옥시덴털은 버크셔가 보유한 주식 중 6번째로 규모가 크지만, 버핏 회장은 완전한 인수설을 부인했다. 버크셔가 옥시덴털을 추가 매수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버크셔가 보유한 옥시덴털의 가치는 120억 달러에 이르지만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옥시덴털 투자로 버크셔가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버크셔는 북미 최대 위성 라디오 사이러스XM 지분 500만 주를 1억1300만 달러에 샀다. 사이러스XM은 올해 60%나 급락해 현재 10여 년간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은 회사가 2025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도했다. 도메인 등록 서비스업체 베리사인의 지분 23만4000주를 약 4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버크셔는 이 회사의 지분 13%를 보유 중이다. 이로써 지난 3거래일간 버크셔가 매수한 지분은 최소 5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mj72284@newspim.com 2024-12-21 00:55
사진
달러/원 환율 1,450원 돌파...15년래 최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19일 달러/원 환율이 1450원도 돌파하며 1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내년 기준 금리 인하 속도를 줄일 가능성을 시사한 여파다. 연준은 18일(현지 시각)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치고 기준 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p)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준은 9월과 11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번의 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내렸다. 연준은 별도로 공개한 경제 전망 요약(SEP)에서 내년 말까지 금리 인하 폭을 0.50%p로 제시했다. 이는 9월 1.00%p를 기대한 것에서 크게 축소된 수치다. 이 같은 예상대로면 연준은 내년 0.25%p씩 총 두 차례 금리를 낮추게 된다. 매파적인 연준의 내년 금리 전망에 이날 미 달러화는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달러/원 환율은 한국 시간 19일 오전 6시 50분 기준 1453원으로 1450원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제롬 파월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했다. [사진=블룸버그] koinwon@newspim.com 2024-12-19 06:5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