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아름다운 공존 이스탄불

기사입력 : 2015년07월14일 14:59

최종수정 : 2015년07월14일 14:59

또다시 야간버스에 몸을 싣고 카파도키아를 떠났다. 달디단 잠에 빠졌다가 새벽에 눈을 뜨니 창 밖으로 푸르른 물이 쏟아질듯 하다. 

“뭐지요?”
“보스포러스 해협입니다.”

옆좌석에 앉은 사람의 대답에 감동이 물결쳤다.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있는 해협. 그 두 이질적인 문명 사이의 경계를 바라보는 마음도 푸른 빛으로 도금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저토록 아름다운 해협은 실제로 무수한 핏물로 흐르곤 했다. 알렉산더에 의한 동방 원정, 십자군 전쟁, 오스만 터키 제국의 융성같은 세계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생겨난 희생자들의 피가 저곳에 번졌으니 말이다. 두 문명 사이에 끼다 보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참극을 품은채 푸른빛의 바닷물은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저쪽 끝은 흑해로 이어지고 반대쪽 끝은 마르마라 해로 이어진다.   
역사적인 그런 아픔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 무색케 하는 푸른 빛의 해협 양 언덕에는 아랍풍의 가옥과 현대풍의 건물들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하늘빛 또한 맑기 그지없고 공기도 깨끗했다. 구시가지인 술탄 아흐메트 지구에 숙소를 정하고 근처에 있는 아야소피아 성당을 향해 걸어갔다. 
유서 깊은 로마 제국은 동서로 분열되어 제국의 수도를 이곳 이스탄불로 옮기게 된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이전되었기에 당시의 지명으로는 콘스탄티노플로 불리웠다. 동로마제국 즉 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이곳에서 콘스탄티누스는 360년에 아야소피아 성당을 짓게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두 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어 그 원래의 성당은 볼 수가 없다. 지금 저 성당은 그후 유스티아누스 황제의 명으로 537년에 완공된 것이다. 그때엔 사방을 둘러싼 네 개의 첨탑은 없었고 내부도 지금과는 달랐다. 

나는 천 몇백년 되는 시간 동안 저 자리에서 역사적인 변모를 겪어온 살아있는 화석 같은 건축물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저 화석 속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비잔틴 문명의 찬란함 역시 보석처럼 알알이 박힌채 말이다. 나는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의 내부답게 규모가 우선 압도적이었다. 오랜 역사의 변천을 견뎌온 은은하고 견고한 아름다움이 짙은 적막 속에 진하게 배어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영롱한 빛은 그 아름다움의 후광처럼 보였다. 

“잘 보시면 앞에 놓인 제단의 방향이 좀 비뚤게 되어 있지요. 성당을 모스크로 만들 때 메카를 향하게끔 방향을 맞춘 거지요.”

어떤 관광팀의 가이드의 말을 귀동냥으로 들었더니 과연 제단의 방향이 좀 달라 보였다. 저 변형된 곳으로 주욱 나가면 메카 즉 이슬람의 발원지가 나오는 모양이다. 신기하다. 역사는 이런 것인가 보다. 

1453년. 이스탄불 뿐 아니라 세계의 지도를 또한번 바꾸는 사건이 일어난다. 오스만터키 제국이 이스탄불을 점령함으로써 비잔틴 제국이 몰락하는 것이다. 오스만터키 제국의 술탄 메메드 2세는 이스탄불을 수도로 삼고는 어떤 이유에선지 아야소피아 성당을 파괴하진 않는다. 대신 이슬람을 상징하는 네 개의 첨탑을 성당의 사방 둘레에 세우게 하는 한편 내부에서도 기독교 성상들을 철거시키고 저처럼 알라를 위한 변형을 꿰하는 것이다. 아야소피아는 그렇게 회교 모스크로 바뀌었다가 터키 공화국 수립 이후 지금까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내부를 둘러보니 묘미가 더욱 깊어져 갔다. 

아야 소피아의 맞은편에 있는 블루모스크이다. 아야소피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는데 오스만터키 제국의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아야소피아를 능가하는 회교 모스크를 짓고 싶어한다. 

블루모스크는 1609년에 착공되어 1616년에 완공된다. 스테인드글라스와 2만여 개의 푸른색  타일로 내부가 장식되었다고 해서 블루모스크라고 불린다. 아야소피아가 4개의 첨탑으로 되어 있는 반면 이 모스크는 2개를 더해 6개의 첨탑으로 둘러쌓여 있는데 아야소피아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우위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 종교적인 기원이 완전히 다른 저 두 개의 건축물들은 서로 대립되기도 하고 조화되기도 하면서 이스탄불을 잊을 수 없는 조화의 도시로 빛내고 있다. 어느 문명 제국이 다른 문명 제국을 침략할 때 일어나곤 하는 파괴가 이곳에서는 최소화되어 저토록 조화로운 혼융을 남겨놓은 것이다.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를 번갈아 바라보는 동안 계단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경남 밀양에 있는 영남루에 오르는 계단이다.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누각으로 손꼽히는 영남루는 밀양의 남천강 옆의 낮은 산에 고적하게 놓여 있다. 몇 년전에 그곳으로 오를 때 걸은 저 계단은 보는 순간 내 마음에 각인되어 오랜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 

보통의 계단 형식과 완만한 경사길이 겹치도록 계단이 이중 구조로 되어 있었다. 보통 계단을 걸을 때처럼 걸을 수도 있고 휠체어도 지그재그로 오를 수 있다. 나는 아름답다는 영남루보다 그곳을 향한 저 조화로운 계단이 더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를 번갈아 보며 밀양의 그 소담스런 계단이 떠오르는 것은 흔치는 않을 일 같다. 파괴보다는 조화, 공존, 상생의 가치는 확실히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며 우리의 마음을 한결 맑게 고양시켜준다. 이스탄불은 아름다운 공존으로 인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인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조직 개편 방식 '안갯속'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 발표가 오는 8월 13일로 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달 말 대국민보고를 할 계획이었지만 미뤄지면서 정부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방식은 안갯속이다. 26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위는 정부 조직 개편안 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막바지 정리 작업 중에 있다. 개편이 유력한 기획재정부와 검찰 조직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2025.07.22 gdlee@newspim.com 국정위는 당초 이달 중 대국민보고 등 주요 일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국정위의 법적 활동 기한은 60일로 오는 8월 14일까지 활동할 수 있다. 1회 한해 최장 2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국정위는 조기에 활동을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국정위의 속도전에 제동이 걸린 데는 정부의 첫 조직 개편인 만큼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산업자원통상부의 기후와 에너지 파트를 분리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의 반발도 나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 대통령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방미 일정이 잡힐 수 있다는 점도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진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기재부의 예산 분리 기능과 검찰청 폐지가 담길 것이 유력하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앞서 "기재부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것과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공약 방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조직 개편은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해 과거의 기획예산처를 되살리고 나머지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안 ▲예산처가 아니라 재무부를 신설하는 안 ▲기재부 내에서 기능을 조정하는 안 등이 거론돼 왔다. 이 방안들을 놓고 국정위는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정위는 초안 등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청 폐지 골자의 검찰 조직 개편안도 이번 조직 개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는 검찰 권력의 핵심인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신설해 여기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이곳으로 넘기기로 했다. 다만 수사권을 행안부 산하에 둘지 법무부 산하에 둘지를 두고는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 방안을 놓고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융위 해체 차원의 '금융위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조직 개편안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여당에서 기획재정부 내 국제금융 업무를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금융위 존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위 해체론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역시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ycy1486@newspim.com 2025-07-26 07:00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