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U 발행 및 그렉시트 수순 가나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주말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와 채권국이 이렇다 할 협상을 추진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리스 경제는 이미 고사 위기다.
은행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된 데 따라 밑바닥 경제부터 냉각되기 시작했고,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그리스 정부가 IOU(차용증서)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경우 사실상 그리스가 궁극적으로 유로존에서 발을 빼는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 정책자들의 얘기다.
국민투표 결과에 환호하는 그리스 국민[출처=블룸버그통신] |
ABN 암로의 닉 쿠니스 리서치 헤드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금융시스템”이라며 “ECB가 자금 지원을 제한하고 있고, 그리스 은행권은 이를 견딜 기초체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영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이면 그리스 은행권이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CB는 강경한 입장이다. 7일(현지시각) ECB는 긴급유동성지지원(ELA)이 상환 능력을 갖춘 금융권에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공되는 것이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모럴 헤저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지원을 제한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채권국 정책자들 사이에 은행권 지원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반대 의견이 없지 않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 등 일부 채권국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은행권에 브릿지론을 제공해 다급한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피에르 그라메냐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그리스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브릿지 금융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은행권이 앞으로 수일 또는 다음주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은 반기를 들고 있다.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국의 구제금융 지원 요건을 거부한 데다 이후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만큼 새로운 지원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스와 채권국의 협상 역시 오리무중이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서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지난주 제시한 협상안을 거듭 제시했을 뿐 새로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8일 채권국에 새로운 협상안을 전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유로존 채권국 재무장관들은 8일 컨퍼런스콜을 갖고 그리스 정부가 제시하는 새로운 지원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협상 타결 여부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기존에 채권국이 제안한 수준의 지원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소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몰타의 에드워드 시클루나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며 “이 경우 사전에 신중한 협상과 계획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리스는 오는 20일 만기가 도래하는 ECB의 채무금 35억유로를 상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그리스 정부가 IOU 발행 이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시스템 마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IOU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그리스가 궁극적으로 유로존 탈퇴 수순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그레고리 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IOU를 발행하면 결국 그렉시트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의 하니시 페퍼 외환 전략가는 “유로존 정책자들이 서서히 그렉시트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협상이 그리스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지만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윌버 로스도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40%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