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본격 시장 경쟁 앞두고 기존 홈쇼핑 사업자 간 경쟁만 가열
[뉴스핌=강필성 기자] 하반기에 본격화되는 T커머스 시장에 홈쇼핑 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T커머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홈쇼핑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탓이다.
T커머스는 기존 홈쇼핑보다 발전된 차세대 TV쇼핑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 홈쇼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홈쇼핑 업체 입장에서는 T커머스 시장에 전력 투구를 하기에도, 외면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T커머스 시장은 신세계그룹이 최근 참전을 결정하면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현재 T커머스 시장에는 KTH, SK브로드밴드 등 통신계열 2개사를 비롯해 5개 홈쇼핑, 미디어윌·아이디지털홈쇼핑·화성산업 등 10곳이 각 사업권을 갖고 있다.
이중 신세계그룹은 화성산업의 자회사 드림커머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사실상 T커머스에 진출한다.
이미 KTH, SKB, 롯데·현대홈쇼핑, CJ오쇼핑, 화성산업이 T커머스 서비스를 개시했고 이달 중 GS홈쇼핑 역시 T커머스 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NS홈쇼핑과 미디어월드 3분기 중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 모든 T커머스 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하는 셈이다.
이중 가장 계산에 분주한 것은 홈쇼핑업계다. T커머스 특성상 기존 홈쇼핑 채널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Commerce)의 합성어로 TV방송을 통해 리모컨으로 상품 설명 및 방송을 보고,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양방향 쇼핑 서비스다. 기존 홈쇼핑과 달리 방송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상품을 메뉴에서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컨텐츠 자체가 TV홈쇼핑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점이다. 쇼호스트가 상품을 소개하고 이를 구매하는 형태의 방송이 주가 되기 때문에 기존 홈쇼핑 채널과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홈쇼핑과 같은 전화주문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홈쇼핑업계의 고민도 이 대목에서 시작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7홈쇼핑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T커머스 서비스가 난립하면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 T커머스가 홈쇼핑을 위협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본격적 서비스 이후 고객 이탈 여부를 체크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T커머스가 장기적으로는 미래형 서비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에 홈쇼핑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10개 사업자가 등장하며 치열해지는 경쟁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방송 송출수수료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는 적지 않다. 이미 홈쇼핑업계는 좋은 채널을 차지하기 위해 매년 유선방송사업자 등에 1조원이 넘는 송출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T커머스 역시 10개 사업자 중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황금채널 배정을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T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크더라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홈쇼핑의 시청률은 지상파의 시청률 감소와 함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홈쇼핑의 영업이익은 두자릿수 하락을 보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T커머스가 홈쇼핑업계에 부담을 더해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실제 홈쇼핑업계가 정부로부터 T커머스 사업권을 받은 것은 10년 전인 2005년이지만 최근까지 거의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들이 올해 들어 본격적 사업에 나선 것은 T커머스 시장이 무시하지 못할 만큼 성장 중이라는 점도 주효했지만 내년 4월 T커머스 사업자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사업권을 잃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계는 T커머스 시장에서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있지만 TV홈쇼핑을 대체할 정도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기를 바라지도 않을 것”이라며 “10여개 기업의 치열한 경쟁 속에 어떻게 사업을 유지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